"오늘 못 하겠는데".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 선수들이 연습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나온 오후 3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폭우가 됐다. 세차게 비가 몰아치고 있을 때 반바지 차림의 김성근 한화 감독이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성근 감독은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보며 "오늘 (경기) 못 하겠는데"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성근 감독뿐만 아니라 한화 코치와 선수들도 하나같이 "오늘은 경기를 안 해야지"라며 비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하루 정도는 쉬어야지"라는 희망 섞인 목소리들이 나왔다. 폭우가 멈추지 않고 그라운드를 웅덩이로 만들자 결국 오후 4시20분을 넘어 우천 연기가 결정났다. 한화 선수들도 모처럼 사복으로 갈아입고 미소와 함께 '칼퇴근'했다.

이처럼 한화 선수단 전체가 비를 반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화는 올해 우천 연기가 6차례로 가장 적다. 23일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70경기를 소화했다. 물론 넥센·LG·kt도 70경기씩 치렀지만 한화는 지난 4월28일 광주 KIA전을 이후 두 달 가까이 우천 연기가 없었다. 이날이 무려 57일만의 우천 연기. 쉼없이 달려온 한화에 꿀맛같은 비가 아닐 수 없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우리는 매일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우천 연기를 반겼다. 김경언 송광민 김회성 조인성 폭스 강경학 등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고, 송은범의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마저 비어있는 상황. 게다가 불펜 필승조의 피로도가 나날이 가중되고 있어 어느 팀보다도 휴식이 필요했다. 이날에야 시원한 장맛비가 내리며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웃을 수 없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이날 선발로 예정됐던 배영수. 그는 "내가 선발 나오는 날에만 비가 온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한화의 우천 연기 6경기 중 3경기가 배영수가 선발로 예고된 날. 지난 4월16일 대전 삼성전과 4월19일 대전 NC전에 이어 이날도 우천 연기와 함께 등판이 미뤄졌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준비하는 선발투수로서는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게 하는 비가 달갑지 않다. 결국 이날 우천 연기와 함께 한화는 25일 넥센전 선발로 미치 탈보트를 예고했다. 배영수의 다음 선발등판도 결국 주말 문학 SK전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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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