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외국인 타자와 두산 베어스의 인연이 흥미롭다. SK로서는 계속 이어가고 싶은 관계지만, 두산은 끊고 싶은 악연이다.
SK의 외국인 타자가 두산을 괴롭혔던 역사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 구단은 한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 3명을 둘 수 없다는 규정에 의해 외국인 선수 수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지난 시즌부터 외국인 타자를 한 명씩 두기 시작했다. 2006년 시오타니 가즈히코, 캘빈 피커링을 보유하고 있던 SK가 8년 만에 영입한 외국인 타자는 바로 루크 스캇이었다.
명성과 기량 모든 면에서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될 것이라던 스캇은 33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 6홈런 17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에도 두산을 상대로는 타율 3할1푼8리(22타수 7안타), 2홈런 5타점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두산의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에 강했다. 지난해 4월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스캇은 4번타자(지명타자)로 출장해 연타석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렸는데, 2개의 홈런을 모두 니퍼트와의 승부에서 뽑아냈다. 빅리그에서는 6차례 만나 5타수 5안타 1볼넷 1홈런 2타점으로 더 공포의 대상이었다.
올해 SK 유니폼을 입은 앤드류 브라운은 전체 성적에서 스캇을 압도하고 있다. 66경기에 뛰고 있는 브라운은 타율 2할8푼1리, 18홈런 44타점으로 중심타선에 어울리는 성과를 내고 있다. 아직 시즌의 절반을 소화하지 않은 상황에 20개 가까운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 30홈런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브라운 역시 두산 킬러의 위용을 과시하는 중이다. 두산전 7경기에서 브라운은 타율 3할6푼(25타수 9안타), 5홈런 8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브라운의 팀별 상대 타율과 홈런을 살펴보면 두산전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5월 14일 인천 경기에서는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2홈런을 몰아쳐 0-7에서 8-7 역전승을 이끌었고, 24일 잠실에서도 선제 투런홈런으로 팀의 7-5 승리 속에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과의 인연도 재미있다. 24일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으로 경기를 마친 브라운은 스와잭이 마운드에 버티고 있을 때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기세를 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서 두 차례 대결했을 때도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한 브라운이 두 번 모두 웃었다.
두산은 올해 상대전적에서 5승 2패로 SK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SK의 4번을 꿰차고 있는 브라운이 타석에 서면 쉽게 넘어가지 못한다. 25일에도 이들은 잠실에서 맞붙는다. 2경기 연속 홈런으로 흥이 오른 브라운의 방망이가 만들어낼 타구는 어느 팀이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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