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에 있던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은 오재원(30, 두산 베어스)이 그라운드 위에서 한결 편해진 듯 특유의 활발한 플레이를 되찾은 모습을 뽐내고 있다.
5월 타율 2할2푼1리로 부진을 겪었던 오재원은 6월 들어 4할7리의 높은 타율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시즌 타율도 2할8푼5리로 크게 올랐다. 6월엔 도루도 8차례 시도해 한 번을 빼고 모두 성공시켰다. 주장인 오재원이 공수에서 막힘없는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한 두산은 지난 24일 SK에 5-7로 패했음에도 38승 28패로 여전히 순위표에서 3번째로 높은 곳에 있다.
오재원은 24일 경기를 앞두고 타격감이 좋지 않았을 때를 떠올리며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폼으로 치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공이 보이지 않으니 노림수도 생길 수가 없었다. 똑같이 방망이를 드는데도 불편할 때가 있다. 겨울에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성적을 지키려다 보니 안 좋아졌다. 스스로 구멍을 만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 역시 “재원이가 적극적으로 치지 않는 편이었다. 자기 스윙도 나오지 않았다”고 시즌 초를 돌아봤다.

말하지 않아도 보일 정도로 오재원은 답답한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극도의 부진까지 맛보면서 완전히 마음을 비운 것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해 좋았던 느낌이 왜 오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타율이 많이 내려가면서 마음을 비우게 됐다”는 것이 오재원의 설명이다.
그러자 스스로 느낄 만큼 달라졌다. “타율이 많이 낮아지면서 완전히 비웠더니 어느 날부터 야구가 재미있어졌고, 다 같이 즐겁게 하기 위해 세리머니도 만들었다. 지더라도 우리끼리는 신나게 하자는 생각으로 세리머니를 안 하면 벌금을 내게 시켰는데, 안 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재미도 생겼다”며 오재원은 팀 분위기까지 바꿔놓게 된 마음의 변화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상대를 자극할 여지가 있어 세리머니는 5점 이상 앞설 때는 하지 않는다.
타석에 서는 한 명의 선수로, 그리고 리더로서도 부쩍 성장하고 있다. “주장이 되면서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부담도 있었는데 받아들이다 보니 괜찮아졌다”는 오재원은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언젠가 다른 팀 선배가 2루타를 치고 와서 올해는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야구 욕심이 많은 오재원답게 “다른 것보다 2루타를 쳤다는 게 부럽더라”는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예비 FA 시즌에 4~5월을 힘들게 보냈으니 누구보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오재원은 “지난해보다 더 열심히 준비한 만큼 더 잘하려고 했던 의욕이 함정이었던 것 같다. 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FA는 더 의식하지 않는다. 전광판 안 본지 한 달이 넘었다”며 계속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전-현 주장이 동시에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오재원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물론 홍성흔도 최근 5경기에서 16타수 7안타 4볼넷 3타점으로 부활조짐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도 “재원이와 성흔이가 살아나야 팀이 사는데 지금은 좋아지고 있어 뒤에서 재호까지 잘 되며 전체적으로 골고루 치는 것 같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방망이가 내리막을 극복하고 있는 요인 속에는 김 감독의 믿음도 포함되어 있다. 오재원은 “안 좋을 때도 주장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 라인업에서 빼지 않으신 감독님께도 감사한다”며 자신을 믿어준 김 감독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이제 자신감을 찾았으니 방망이로 벤치의 신뢰에 더욱 보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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