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FA컵 탈락에도 미소를 짓고 있다.
전북 현대가 또 한 번 포항 스틸러스의 벽에 막혀 FA컵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북은 지난 24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5 하나은행 FA컵 16강전서 후반 추가시간 이동국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전반 심동운의 선제골과 후반 박성호의 추가골을 극복하지 못한 채 1-2로 석패했다.
올 시즌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트레블에 도전했던 전북의 꿈은 끝내 좌절됐다. 분명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다. 하지만 전북은 단판승부서 다시 한 번 포항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2년부터 이어져오던 포항과의 단판승부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북은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서 압도적인 선두 질주와 함께 ACL 8강에 올라 있는 상태다. 트레블 달성은 좌절됐지만 더블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더블 스쿼드를 갖춘 전북도 세 개 대회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 최강희 전북 감독도 이 점에 대해 항상 고충을 토로해왔다. 이젠 집중이 가능해졌다. K리그와 ACL만 바라보면 된다.
최 감독도 경기 후 "졌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다. 우리가 신경을 안쓸 수도 쓸 수도 없는 대회다. FA컵과 ACL을 병행하는 팀들은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며 "FA컵을 빨리 잊고 리그와 ACL에 중점을 둬야 한다. 오늘 패배를 받아들이고 홀가분하게 두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긍정요소도 있다. 그간 좀체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백업 자원들의 가능성을 엿봤다. 경기력도 끌어올렸다. 그 중 김영찬(22)과 장윤호(19)는 미래가 밝은 자원들이다. 이들은 포항전서 나란히 선발 출격했다. 중앙수비수 김영찬은 고양HiFC와의 32강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풀타임 활약했다. 공격수 장윤호는 이날 52분을 소화했다.
둘 모두 전도유먕한 자원들이다. 187cm의 장신수비수인 김영찬은 김형일 조성환 윌킨슨의 뒤를 든든히 받쳐줄 백업 자원으로 꼽힌다. 최 감독은 "김영찬에게 미안하다. 능력에 비해 과소평가된 면이 있다. 김형일과 조성환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충분히 출전할 수 있고, 오랜만에 나가도 문제가 없다"며 "선수도 팀도 소득을 얻고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흡족해했다.
영생고를 졸업한 장윤호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다. 십대인 그는 이날 팀의 살아있는 레전드 이동국과 호흡을 맞췄다. 최 감독도 "영리하고 패싱력도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성격도 명랑해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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