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왕' 그레인키, 역대급 기록에 한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5 05: 58

원래 승운이 그렇게 좋은 투수는 아니었지만 이쯤 되면 역대급 불운이라고 할 만하다. 잭 그레인키(32, LA 다저스)가 좋은 투구를 연달아 선보이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다. 그레인키에 필적할 만한 불운을 보인 투수는 딱 한 명밖에 없었다는 것이 미 언론의 설명이다.
그레인키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다소 고전하는 양상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컵스 타선에 점수를 주지 않은 역투였다. 그런데 동료들이 1점도 지원하지 못하며 승리투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평균자책점을 1.81에서 1.70으로 끌어내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5월 6일 밀워키전(7⅔이닝 6피안타 1실점) 승리 이후 50일 만의 승리에 도전했던 그레인키의 꿈은 산산조각났다. 자신의 경력에서 두 번째로 긴 승리 가뭄이다. 그런데 이 기간 중 못 던진 것도 아니었다. 9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가운데 3실점 이상 경기는 딱 한 번(6월 3일 콜로라도전 6이닝 5실점)에 불과했다. 1실점 경기가 5번, 2실점 경기가 1번, 그리고 무실점 경기도 2번이나 있었다. 승운이 없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9경기에서 그레인키의 기록은 60⅓이닝 동안 5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은 1.79에 불과하다. 그러나 2패만을 떠안았다. 팀도 그레인키의 뛰어난 피칭에도 불구하고 4승5패에 그쳤다. 그레인키가 쳐서 점수를 내는 것이 더 빨라 보일 정도로 타선이 힘을 내지 못했다.
이런 불운은 MLB 역사상에서도 몇 없다. ESPN에 의하면 그레인키처럼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2.00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투수는 한 명 있었다. 바로 지난해의 제프 사마자다. 컵스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시즌을 시작했던 사마자는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극심한 불운에 울었다.
개막 첫 경기부터 10경기까지 사마자는 68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46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단 1승도 따내지 못한 채 4패에 머물렀다. 이 기간 팀도 1승9패에 머물렀다. 사마자는 시즌 11번째 경기였던 5월 2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7이닝 4실점(3자책점)의 평범한(?) 성적을 내고 첫 승을 따냈다. 그리고 7월 불운의 땅인 리글리필드를 떠나 오클랜드로 트레이드됐다.
그런데 그레인키는 더 답답한 구석이 있다. 당시 컵스는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었던 팀이며 자연히 전체적인 팀의 짜임새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다저스는 MLB 연봉 1위를 자랑하는 호화 멤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득점 지원을 해주고 있으니 그레인키로서는 찜찜함을 느낄 법하다. 그레인키의 올 시즌 9이닝당 득점 지원은 3.49점. 어쩌면 짜임새가 헐거워진 다저스 타선의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단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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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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