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는 왜 쓰냐고 하는데…".
한화 포수 정범모(28)는 올해 마음고생이 크다. 시즌 전 주전 포수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종종 일으키는 큰 실수가 부각돼 움츠러든 것이다. 지난 4월21일 잠실 LG전 구심의 볼 판정을 스트라이크로 착각한 본헤드 플레이, 6월19일 마산 NC전 타격방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화 김성근 감독은 누구보다도 정범모를 신뢰하고 있다. 정범모는 올해 한화의 70경기 중 28경기를 선발출장하고 있다. 이는 조인성(29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트레이드로 합류한 허도환(13경기)보다 많다. 시즌 초반과 부상 복귀 후 선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

지난 19일 NC전에서 타격방해 실책을 범한 뒤에도 계속 선발로 나온다. 시즌 최다 5연패를 당했지만 연패를 끊은 23일 대전 넥센전에도 승리를 이끈 포수는 정범모였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두고 "유먼이 올해 제일 좋은 투구를 했다. 정범모가 볼 배합을 잘한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바로 정범모의 숨은 가치가 있다. 김성근 감독은 "정범모가 잘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우리가 이긴 경기를 보면 정범모가 포수로 많이 있었다. 그 이유가 볼 배합이다. 밖에서는 정범모를 두고 '리드 못한다. 왜 쓰느냐'고 하는데 아니다. 볼 배합에 있어 완급조절을 할 줄 안다. 많이 고쳤고,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화는 정범모가 선발로 나온 28경기에서 15승13패로 5할 이상의 승률을 냈다. 올해 한화의 3차례 영봉승 경기 중 2경기가 정범모의 선발 경기였으며 1실점 경기에도 2번이나 선발 마스크를 썼다. 불안한 블로킹과 떨어지는 도루 저지 능력에도 기본적인 볼 배합과 리드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예부터 포수의 리드, 볼 배합을 누구보다 중시해왔다. 정범모는 선발 출장과 관계없이 매일 같이 경기 비디오를 보며 상대 타자 분석과 연구에 힘을 쏟는 노력파다. 가끔 큰 실수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침착하게 냉정을 유지할 때에는 누구보다 안정감 있다.
한화는 정범모가 안방을 지키고 있을 때 평균자책점 4.39를 기록했다. 그가 없을 때 평균자책점 5.00보다 훨씬 낮다. 물론 포수 평균자책점이 평가 기준이 될 수 없지만 정범모는 기록이나 실수로 평가할 수 없는 숨은 가치가 있다. 김성근 감독이 그냥 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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