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의 홈런 레이스가 불을 뿜고 있다. 아직 리그 일정의 절반이 지나지 않은 가운데 벌써 20홈런을 넘긴 선수들만 5명이다. 이에 ‘홈런왕’의 보증수표로 불리는 30홈런 고지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도 관심사가 됐다.
24일 현재 20홈런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는 총 5명이다. 24일 자신의 24호포를 때려낸 강민호(롯데)를 비롯,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박병호(넥센), 에릭 테임즈(NC, 이상 22개), 그리고 최형우(삼성, 20개)가 그 주인공이다. 그 뒤로도 황재균(롯데, 19개), 앤드류 브라운(SK, 18개)도 20홈런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극심한 타고투저 양상을 겪었던 지난해의 경우, 비슷한 경기수라고 할 수 있는 6월 말까지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4명이었다. 박병호가 29개로 먼저 치고 나갔고 강정호가 22개로 2위, 테임즈와 최형우가 20개로 공동 3위였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6월 말까지 20홈런을 친 선수가 아예 없었다. 확실히 홈런 레이스의 치열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이에 어떤 선수의 방망이가 식지 않고 30홈런까지 먼저 내달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30홈런 선점 선수들은 그대로 홈런왕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대 홈런 레이스에서 30홈런 선점 선수가 홈런왕에 오르지 못한 사례는 딱 두 번밖에 없다.
1998년 이승엽(삼성)이 당시까지 최단기간 기록이었던 78경기 만에 30개의 홈런을 쳤으나 이후 8개를 추가하는 데 그쳐 타이론 우즈(OB)가 42개로 역전에 성공했다. 2004년에는 브룸바가 먼저 30홈런 고지에 올라섰으나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 끝에 박경완(당시 SK)이 34홈런을 기록, 33개에 머문 브룸바를 제치고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2005년 이후로는 단 한 번의 예외없이 30홈런을 먼저 친 선수가 홈런왕에 등극했다. 2005년 서튼(당시 현대), 2007년 심정수(당시 삼성), 2008년 김태균(한화), 2009년 김상현(당시 KIA), 2010년 이대호(당시 롯데), 2011년 최형우(당시 삼성), 그리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박병호(넥센)가 그 주인공이다. 경쟁자들이 따라붙는 시즌이 있었지만 초반에 비교적 넉넉하게 홈런 개수를 불려 놓은 결과 막판에 웃을 수 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흘려 넘기기는 어려운 기록이다.
한편 이런 경쟁이 40홈런 이상 타자들의 수를 한껏 부풀려 놓을지도 주목된다. KBO 리그 역사상 40홈런 이상 타자가 가장 많았던 시즌은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1999년으로 4명이었다. 당시 이승엽(54개)을 필두로 로마이어(45개), 스미스(40개), 샌더스(40개)가 4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그 후로는 2002년의 3명(이승엽, 심정수, 페르난데스)가 최다이며 2003년(이승엽 심정수), 2014년(박병호 강정호) 외에는 복수의 40홈런 타자가 탄생하지 않았다.
올 시즌은 홈런왕 4연패에 도전하는 박병호의 페이스가 무난하고 테임즈와 강민호도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몰아치기에 능한 최형우의 홈런 페이스도 결코 느리지는 않은 편. 이를 고려하면 역대 5번째 복수 40홈런 타자 기록도 기대할 만하다. 1999년까지는 아니더라도 2002년의 숫자 정도는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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