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 잘 보여야 할 것이다.”
kt 위즈 조범현 감독이 올 시즌 판도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조 감독은 지난 24일 수원 LG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10구단 체제라서 그런지 모든 팀이 기복을 보이는 것 같다. 다들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고 있다”며 “원래 시즌이 반환점을 돌면 치고 나가는 팀이 생겨야 하는데 올해는 그렇지가 않다. 이게 kt 효과가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조 감독의 이야기처럼, kt와 LG는 25일 정규시즌 72번째 경기를 치른다. 처음으로 맞이한 144경기 체제도 어느덧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매일 1위가 바뀔 정도로 순위경쟁은 안개정국이다. 정상을 놓고 NC 삼성 두산이 3파전을 벌이고 있고, 포스트시즌 막차인 5위 자리를 두고는 한화 KIA SK가 1경기 차이로 붙어 있다. 정규시즌 우승팀과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예상하는 게 쉽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kt의 상대전적이다. LG와 4승 4패 동률을 이루고 있을 뿐, kt는 나머지 8개 구단과의 상대전적에서 열세에 있다. 특히 두산 KIA 삼성을 상대로는 각각 7패, 8패, 4패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조 감독은 “두산, KIA와 맞붙으면 경기가 이상하게 꼬이곤 한다. 반면 한화를 상대할 때는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이 있다. 경기 자체를 재미있게 한다”며 편식(?)이 심한 것을 인정했다. kt는 한화와 상대전적 4승 5패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kt의 고전이 시즌 끝까지 반복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월별 성적만 봐도 kt의 경기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t는 개막전부터 4월까지 시즌 첫 한 달 동안 3승 22패, 험난한 1군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5월에는 7승 20패를 기록했고, 6월에 치른 19경기 전적은 10승 9패, 5할 승률 이상을 찍고 있다. 트레이드와 외국인선수 교체를 단행하면서 지금의 kt와 4월의 kt는 다르다. 주전 야수진만 봐도 김상현 마르테 박경수 이대형 박기혁 외에는 다 바뀌었다. 10승을 거두기까지 45경기가 필요했는데 11승부터 20승은 21경기 만에 찍었다.
무엇보다 공격력이 좋아졌다. kt는 6월 들어 한 경기 평균 5.95득점. 팀 타율 2할9푼2리. 팀 OPS 0.814를 찍고 있다. 마르테와 댄블랙 외국인 타자 듀오가 중심 타순을 책임지고 있고, 장성우 박경수 이대형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어느 팀도 kt와 화력대결에서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한 번 불붙으면 무섭게 폭발한다.
물론 물음표도 여전히 많다. 특히 마운드가 그렇다. 조 감독은 “나도 쉽게 예상할 수가 없다. 정대현이 앞으로 몇 승을 할지 어떻게 예상하나. 김재윤과 주권도 더 봐야한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시험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계산이 잘 서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시즌 초반보다는 확실히 낫다. 스프링캠프 때에는 데이터를 이리저리 살펴봐도 답이 안 나왔다. 대다수가 신인선수들이었다”고 최근 향상된 경기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덧붙여 조 감독은 “다른 9개 구단은 우리 팀에 잘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와 경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 구단의 올 시즌 성적이 좌우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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