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24일 현재 13명의 투수를 엔트리에 넣고 있다. 이 가운데 보직이 확실하게 정해진 선수는 선발투수 3명으로 송승준,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다. 우완 이상화 역시 올해 11경기 모두 선발투수로 출전했기에 선발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럼 나머지 투수는 11명이다. 그런데 이 11명은 정확한 보직이 없다. 필승조와 추격조, 셋업맨, 마무리의 개념이 무너진지 오래다. 불펜이 약한 팀이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보직을 정해주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투수를 쓰는 운용 탓도 있다.
현재 롯데 1군 마운드에서 선발과 불펜 경계에 있는 선수로는 심수창과 김승회, 박세웅까지 3명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보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곧바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계속해서 기용하기 힘든 면도 있지만, 너무 자주 보직이 바뀐다.

심수창은 4월 선발로 활약을 펼치다가 5월 팀 사정때문에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그런데 6월 부진에 빠지면서 마무리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변칙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최근 3경기 심수창의 소화이닝은 ⅓이닝, 2⅓이닝, 3⅔이닝이다. 김승회는 선발로 나쁘지 않았지만 손톱부상으로 긴 이닝 소화가 쉽지 않다. 차라리 빨리 보직을 정해주는 게 나은데, 6월 들어 단 2경기에만 출전했다. 그나마 최근 경기인 21일 두산전은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불펜으로 나왔다. 박세웅은 이종운 감독이 "선발로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불펜으로 등판했다.
불펜 운용 역시 임시방편 투성이다. 최근 불펜에서 구위가 좋은 홍성민은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 구분없이 출전하고 있다. 그에 반해 김성배는 6월 단 4경기에만 출전했다. 새로 마무리로 낙점된 이성민은 24일 삼성전에서 13-9로 앞선 7회 1사 후 등판해 2⅔이닝이나 던지며 승리투수가 됐다. 4점의 점수 차에 마무리투수가 7회 1사에 등판한 것도 이례적이고, 위기를 넘겼음에도 8회와 9회까지 모두 책임진 것도 일반적인 마무리투수 기용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 롯데는 33승 37패, 8위에 머무르고 있다. 5위 한화와는 3경기 차, 차이가 많이 벌어진 건 아니다. 하지만 따라붙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선수에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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