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기만 했잖아. 이제는 잡아야지".
한화가 지난 23일 대전 넥센전에 5연패를 끊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장면은 7회초에 나왔다. 3-1로 리드한 상황, 2사 만루 위기에서 대타 서건창과 승부하던 투수 권혁이 2루로 기습 견제를 했다. 2루수 정근우가 2루 베이스 근처로 가서 공을 넘겨받아 2루 주자 홍성갑을 태그하며 추가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권혁이 견제를 잘했다"며 "월요일 쉬는 날 미리 연습한 것이다. 넥센의 특성에 맞춰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우리가 매번 넥센에 당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우리도 잡아야 한다"며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그동안 비슷한 상황에서 넥센의 견제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았다. 3월29일 목동 경기가 대표적인 장면. 당시 한화는 8회초 1사 1·3루 정범모 타석에서 스퀴즈를 시도했지만, 이를 간파한 넥센의 수비에 걸렸다. 결국 홈을 노리던 3루 주자 김회성이 런다운 아웃됐다.
5월15일 대전 경기에서는 5회 2사 1루에서 이성열이 리드 폭을 크게 잡다 포수 박동원의 송구에 걸려 1루에서 잡혔다. 지난 3일 목동 경기에도 1회 2사 1·2루에서 1루 주자 최진행이 포수 박동원의 송구에 잡히고 말았다. 넥센과 승부에서 1인치 싸움을 벌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달랐다. 물론 1회 장운호와 3회 한상훈이 넥센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의 1루 견제에 걸려 도루 실패 아웃됐지만 끊임없이 뛰는 인상을 심어줬다. 김성근 감독은 "견제로 인해 두 번 아웃됐지만 상대에 언제든 뛴다는 의식을 줬다. 그 부분에서 어렵게 승부한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비에서 결정적 순간 넥센을 울렸다. 월요일 훈련 때부터 넥센에 맞춰 2루 주자 홍성갑의 긴 리드 폭을 간파한 투수 권혁과 2루수 정근우가 눈빛으로 신호를 맞춰 긴밀한 플레이를 합작했다. 권혁은 "넥센이 타이트한 승부에서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가는 걸 알고 근우형과 신호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정근우도 견제 아웃 상황에 대해 "약속된 플레이였다. 자세한 건 비밀이다"고 웃으며 영업 비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쉬는 날까지 반납하고 상대 특성에 맞춰 '맞춤형' 훈련한 효과를 중요한 순간에 봤다. 넥센도 상대 빈틈을 깊게 파고드는 팀이란 점에서 두 팀의 대결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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