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뚝심, ‘선발투수’ 임정우 만들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6.25 13: 00

“정우가 자신에게 붙었던 선입견을 깨뜨리고 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의 믿음이 결실을 맺고 있다. 임정우 선발투수 카드가 1년 만에 적중하려고 한다.
임정우가 지난 18일 잠실 KIA전에서 성공적인 선발투수 복귀전을 치렀다. 5월 15일 잠실 SK전 이후 한 달 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온 임정우는 5⅓이닝 무실점으로 맹활약했다. 선발승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 경기서 무실점 투구를 했다. 팀 승리에도 발판을 놓으며 5선발 경쟁에서 승자로 올라섰다.

다음날 양 감독은 “정우가 어제는 처음부터 몸이 가벼워 보이더라. 구속도 평소보다 잘 나왔다. 정우는 SK 입단 때부터 140km 중후반대를 찍었던 투수다. 정우를 5선발투수로 쓸 것이다. 다음 등판에선 타선 지원을 받아서 승수도 올리기를 바란다”며 임정우가 선발승과 함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를 희망했다.
결국 임정우는 지난 24일 수원 kt전에서 5이닝 7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선발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임정우는 올 시즌 선발 등판 10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고, LG 또한 악몽 같았던 2연패에서 탈출했다.
투구 내용도 좋았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골고루 구사했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스트라이크존에 넣기도 하고, 유인구로 쓰기도 하면서 계획대로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1년 만에 익힌 스플리터는 위닝샷으로 손색이 없었다. 상대 타자 입장에선 임정우의 구종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와인드업 모션도 미세하게 변화를 주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양 감독은 지난해 5월 부임 후 임정우의 잠재력에 엄지손가락을 세운 바 있다. 작년 7월 양 감독은 “정우가 변화구를 빨리 익히는 능력이 있다. 최근 익힌 스플리터가 괜찮다”며 “정우가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경험을 통해서 좋은 선발투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올 시즌 후반기든 내년이든 팀에 힘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2014시즌 임정우는 구원 등판시 평균자책점 1.56, 선발 등판시 평균자책점 6.52를 기록했다. 불펜에서 롱맨으로 나설 때는 철벽을 형성했다. 반면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으면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불펜투수로서 경기당 볼넷 2.89개, 피안타율 2할1푼9리를 기록했는데, 선발투수로 나오면 경기당 볼넷 3.49개, 피안타율 3할3푼8리로 고전했다. 임정우에게 맞는 옷은 불펜투수라는 선입견이 생겼다.
그래도 양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임정우를 선발투수 후보군에 넣었고, 임정우는 지난 4월 1일 잠실 롯데전부터 8경기 연속 선발 등판했다. 긴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보다 볼넷이 줄어들며 성장한 모습이었다. 양 감독은 불펜투수로 증명된 임정우를 굳이 선발투수로 기용하는 이유를 두고 “정우의 재능과 우리 팀 투수진 상황을 고려했다. 불펜진의 경우, 2군에서도 올라올만한 젊은 투수들이 많다. 하지만 선발투수 자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럴 때 정우가 올라와주면, 우리 팀은 향후 몇 년 동안 선발진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 마운드는 선발투수 자원과 불펜투수 자원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선발진에서 류제국과 우규민 토종 원투펀치가 중심을 잡고 있으나, 마지막 5선발 카드가 확실치 않다. 무엇보다 선발투수로서 잠재력을 증명한 20대 투수가 전무하다. 기대를 모았던 2년차 임지섭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불펜진에선 꾸준히 20대 투수들이 올라오고 있다. 2012시즌 유원상이 셋업맨으로 도약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정찬헌과 윤지웅이 불펜진의 핵으로 자리했다. 올해는 최동환과 김지용이 1군 마운드를 밟았고, 지난 23일에는 이승현도 입단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양 감독은 임정우가 선발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정우가 자신에게 붙었던 선입견을 깨뜨리고 있다”고 임정우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임정우도 2015시즌 개막을 선발투수로 맞이하며 “선발투수로는 안 된다는 선입견을 없애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정우는 지난 24일 경기서 선발승에 성공한 후 “선발이든 중간이든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며 “이제는 선발투수로 나서도 밸런스가 잘 맞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구속저하도 없다. 그냥 불펜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전력투구를 하는데 다행히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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