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으로 서로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했지만, 어느 샌가 사랑에 빠져드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마저 설레게 만드는 커플이 있다. 바로 SBS 수목드라마 ‘가면’ 속 수애와 주지훈이 그러하다.
특히 이들은 우연치 않게 ‘야왕’과 ‘마왕’이라는 비슷한 이름의 전작에서 각각 인생 연기를 펼친 바 있어 이번 ‘가면’에서의 만남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작품의 제목처럼 ‘가면’을 쓴 듯 역할에 몰입한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
수애는 현재 SBS 수목드라마 ‘가면’에서 서은하라는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서 살고 있는 불쌍한 여자 지숙을 연기한다. ‘야왕’에서 연기했던 주다해가 오직 욕망만을 위해 사랑도 배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악역이었다면, ‘가면’ 속 지숙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남들처럼만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박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반면 주지훈은 ‘가면’에서 SJ그룹의 후계자라는 번지르르한 위치에 있지만, 강박증이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쓸쓸한 면을 가진 최민우 역을 맡았다. 그 역시 전작 ‘마왕’에서는 따뜻한 면과 냉정한 면을 동시에 가진 복잡한 인물 오승하 역을 연기했는데,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속내를 숨길 수 없는 단순함을 가진 최민우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이처럼 ‘가면’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수애와 주지훈은 각각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리며 극의 몰입도를 더하고 있다. 특히 분명 애정이 없는 정략결혼 커플임에도 보고 있으면 간질간질한 느낌을 주는 행동과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두 사람의 ‘케미’는 전작을 뛰어넘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지난 24일 방송된 9회에서는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라. 우리는 정략결혼 상대이지 않냐”라며 민우를 밀어냈던 지숙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지숙은 물에 빠진 민우를 밤새 간호하고, SJ그룹 사무실에서 민우를 험담하는 직원들을 향해서는 “본부장님 그런 분 아니다.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지숙 역시 민우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이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 13.76%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죽은 사람을 대신해서 사는 여자와, 그를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이루려는 남자를 그린 다소 무거운 스토리 내에서 사춘기 남녀처럼 서툴지만 풋풋한 ‘케미’로 극에 활력을 더하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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