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중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122km 공 맞고 ‘뭐 하나’ 했을거야” - KIA 이범호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KIA전. 이날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범호는 4회초 2사 후 타석에서 상대 선발 손민한의 3구째 포크볼(122km)에 왼쪽 팔꿈치 부분을 맞고 출루했다. 팔꿈치 보호대에 공을 맞은 이범호는 한동안 고통을 참지 못했다. 이후 천천히 1루로 걸어 나갔다. 팔꿈치 보호대 쪽에 변화구를 맞았기에 주변에선 큰 고통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속사정이 있었다. 이범호는 25일 NC전에 앞서 “보호대 사이에 벌어진 부분이 있는데, 그쪽에 맞아서 찌릿했다”면서 “사람들은 122km 공 맞고 ‘뭐 하나’ 했을거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 “돌고 돌아 만나잖아” - NC 김경문 감독
NC는 지난 21일 외야수 오정복과 투수 홍성용을 kt에 내주고 포수 용덕한을 받아오는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는 김경문 NC 감독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트레이드. NC로선 경험 있는 포수가 필요했다. 23일 마산 KIA전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kt로 팀을 옮긴 선수들에 대해 “먼저 연락이 와서 인사를 받았다. 선수들에게 많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야구도 재미있어 질 것”이라면서 “‘잘 해라’라고 말해줬다. 진심으로 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재회한 두산 시절 제자 용덕한을 두고 “봐, 돌고 돌아 만나잖아”며 제자들의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내가 좋아야지” -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은 24일 잠실 SK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다음날인 25일 한 취재진이 “그래도 SNS하는 것을 보니 (결과에 위축되지 않고) 괜찮은 것 같다”고 하자 김태형 감독은 “(본인 말고) 내가 좋아야지”라고 맞받아 주변을 웃겼다. 김 감독은 이어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을 보니 괜찮은 것 같다”며 스와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밝혔다.
▲“고양이를 풀어놓든가 해야지” - SK 김용희 감독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SK 외야수 조동화의 다리에 쥐가 나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25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용희 감독은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풀어놓든가 해야지…”라며 웃었다. 그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김 감독은 과거 비과학적이었던 자신의 선수생활 에피소드도 여럿 공개했다.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고, 수영과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지 못하게 했다. (투수들의 경우) 팔꿈치가 아프면 볶은 소금을 갖다 붙였다”며 김 감독은 먼 옛날을 회상했다.
▲“푸홀스라니 완전 대박이죠” - LG 오지환
LG 트윈스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알버트 푸홀스와 인사를 나눴다. 물론 직접 만난 것은 아니다. 외국인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의 핸드폰을 통해서다. 사연은 이렇다. 히메네스는 이전부터 동향 출신인 푸홀스와 알고 지냈다. 푸홀스가 2012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FA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히메네스는 에인절스 소속이었다. 그러면서 둘은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런데 히메네스는 한국에서 자신의 친구가 푸홀스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선수들이 락커룸에서 쉴 때 모두가 보는 앞에서 푸홀스와 영상통화를 했다고 한다. LG 선수들은 당연히 푸홀스의 모습을 보고 놀랐고, 서로 푸홀스를 향해 인사했다고 한다. 오지환은 당시를 돌아보며 “그냥 인사만 했어요. 푸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잖아요. 푸홀스라니 완전 대박이죠”라며 웃었다.
▲ "몸 만들 필요도 없이 힘이 넘치는데…" - 한화 김성근 감독
한화 외야수 최진행의 도핑 적발 소식이 알려진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분위기는 쏟아지는 비처럼 울적했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한화 김성근 감독도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내가 6~7개월 동안 봐온 최진행이는 일부러 그럴 아이가 아니다. 일이 일어난 자체는 본인의 실수다. 알고 한 것이 아니라 몰랐다는 것 자체가 죄"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최진행 정도면 몸을 만들 필요도 없다. 힘이 넘치는데…"라며 그가 일부러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표현했다. 타고난 체격과 몸 자체가 좋은 최진행이 근육 강화를 목적으로 약에 손댔을리 없다는 믿음이었다.
▲ "어제 약물 복용 관련 루머를 보고 상위팀 외야수라길래 '휴~' 했습니다". -모 구단 관계자
24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 선수의 약물 복용 관련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국가대표급 활약을 펼치는 상위팀 외야수라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하위권에 맴돌고 있는 지방 모 구단 관계자는 25일 경기를 앞두고 "어제 약물 복용 관련 루머를 보고 상위팀 외야수라길래 '휴~'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KBO는 25일 KBO 반도핑 규정을 위반한 최진행(한화)에게 30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했다.
5월 KBO가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최진행 선수의 소변 샘플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상 경기 기간 중 사용 금지 약물에 해당하는 스타노조롤(stanozolol)이 검출됐다. KBO는 25일 반도핑위원회를 개최해 최진행의 소명을 듣고 심의한 결과 반도핑 규정 6조 1항에 의거 최진행에게 30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하고 한화 구단에게도 반도핑 규정 6조 2항에 의거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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