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2·3루 간에 철벽을 쌓았다. 웬만한 타구가 아닌 이상 LG 내야 2·3루간을 뚫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3루수 히메네스(27)와 유격수 오지환(25)이 철통 방어에 중이기 때문이다.
LG는 지난 15일 루이스 히메네스를 영입하며 마침내 핫코너의 주인을 찾았다. 히메네스는 지난 19일 3루수로 선발 출장한 첫 경기부터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했고, 이후 매 경기 하이라이트 필름 하나씩을 찍어내고 있다. 이제 오지환은 3루 베이스 근처까지 커버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3루를 향하는 깊은 타구를 잡고 무리해서 역동작 송구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양상문 감독은 “2·3루 사이를 향하는 타구에는 자신감이 붙을 것 같다. 히메네스의 좌우 수비 범위가 넓은 만큼, 지환이의 위치를 한 걸음, 혹은 반 걸음 정도 2루 쪽에 놓으려고 한다”며 수비 포메이션에 변화를 줄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 가장 기뻐하는 이는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지난 25일 히메네스의 수비를 두고 “지금까지 이렇게 수비범위가 넓은 3루수와는 뛰어 본 적이 없다. 솔직히 지금도 깜짝깜짝 놀란다”며 “내가 잡았으면 아웃과 세이프의 경계에 있을 만한 타구들을 히메네스가 앞에서 처리해줬다. 히메네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수비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끝까지 쫓아가서 처리하다가 에러도 많이 나왔는데, 이제는 에러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웃었다.
오지환은 올 시즌 에러 6개를 기록, 이대로라면 커리어 최소 에러를 찍을 확률이 높다. 오지환은 2010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5년 연속 에러 10개 이상, 이중 4년은 에러 20개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에러가 수비능력을 정확히 반영하는 수치는 아니지만, 많은 에러수로 인해 오지환의 수비능력이 평가절하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히메네스의 존재는 오지환에게 든든할 수밖에 없다.
둘은 타선에서도 서로 붙어있다. 히메네스가 4번, 오지환이 5번 타순에 배치되면서 해결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재미있게도 둘 중 한 명이 타석에 서면 상대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오지환은 지난 23일 경기에서 히메네스가 덕아웃에서 손짓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 대해 “삼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당시 내가 삼진 2개를 당하고 타석에 섰는데 히메네스는 앞으로 2, 3타석도 더 들어설 수 있다며 삼진 당한 것을 잊으라고 했다. 이렇게 마음가짐을 전환시키는 게 타석에서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오지환은 히메네스 덕에 알버트 푸홀스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비록 핸드폰 화상통화지만 오지환은 푸홀스와 친분이 있는 히메네스를 통해 푸홀스에게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오지환은 “그냥 인사만 했다. 그래도 푸홀스라니 완전 대박이었다”고 돌아봤다.
오지환은 욕심이 많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만날 때마다 최대한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통역을 통해 궁금한 부분들을 꾸준히 질문한다. 이대로라면 히메네스의 존재 자체가 오지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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