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투자의 효과를 보지 못하며 가뭄이 들었던 SK 타선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최정 김강민 등 지난해 겨울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던 핵심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힘을 찾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는 24일과 25일 열린 두산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2경기를 모두 잡으면서 우세 3연전을 기록했다. 전 시리즈에서 싹쓸이 패배의 충격을 받았던 두산과의 경기였기에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물론 불펜 운영 등 몇몇 부분에서는 논란을 남긴 시리즈이기도 했다. 다만 타선만 집중해서 본다면 긍정적인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던 3연전이었다.
주축 선수들이 동반 부진에 빠지며 결국 타격코치 교체라는 강수까지 꺼내든 SK는 24일 7점, 25일 8점을 내며 나름대로 힘을 찾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큰 것 한 방에 의존하는 경향은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치는 야구’라도 된다는 것을 확인한 건 위안이었다. 24일 경기에서 16안타를 친 SK는 25일 경기에서도 10안타를 치며 이틀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이틀간 합계 26안타는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넥센-kt전서 기록한 29안타 이후 최다 기록이다.

역시 김강민과 최정의 합체가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시범경기 중 무릎 부상을 당해 2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김강민은 지난 5월 30일 1군에 복귀했다. 그리고 왼 어깨 통증 등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2군에 내려가 있었던 최정이 이번 두산과의 주중 3연전을 앞두고 복귀했다. 이로써 SK는 시즌 전 구상했던 타선을 갖출 수 있었고 서서히 폭발력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김강민은 복귀 이후 21경기에서 타율 3할1푼7리를 기록하며 제 몫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장타가 잘 나오지 않았으나 점차 홈런포가 나오기 시작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정은 이번 주중 3연전에서 14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직은 100%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
전 타순을 소화할 수 있는 김강민에 최정까지 3번에 자리를 잡음에 따라 나머지 타자들의 활용폭 및 심리적인 안정감도 동반 향상됐다. 타점 능력이 좋은 이재원을 5번에 놓은 것은 25일 경기에서 적중했고 2번과 6번 타순에 유연성도 좋아졌다. 타격감이 썩 좋지 않은 박정권을 빼고도 타선의 힘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수 있다.
나머지 FA 선수들도 상승세에 있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는 조동화는 모범 FA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62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를 기록했고 팀 내 최다 도루(15도루)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타율이 1할대에 머물렀던 나주환도 어느덧 공·수에서 꾸준히 활약해주고 있다. 이들은 모두 SK 왕조 시절을 경험했던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공·수에서 무게를 잡아줄 수 있다면 팀 타선도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다.
FA 효과로 치는 야구가 살아난다는 것은 최근 5할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에도 조급함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SK는 최근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잡기 위해 비교적 여유 있는 점수차에도 필승조를 투입하는 강수를 쓰고 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SK는 한동안 타선이 터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마운드 부하가 이어지는 양상이 있었다. 이제는 타선이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줘야 팀이 시즌 초반의 원칙대로 다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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