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행 도핑 사태, 잃은 게 너무 많다. 깊은 상처를 남긴 만큼 진심 어린 반성이 필요하다.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한화 외야수 최진행(30)의 금지약물 복용 사태가 KBO리그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지난 2007년 KBO 반도핑위원회 출범 이후 5번째로 적발된 최진행은 이전 선수들과 달리 파장이 매우 컸다. 외국인선수가 아닌 국내선수, 그것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근육강화제라는 점에서 매우 큰 충격을 줬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약물 복용은 최진행의 잘못이다.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가깝게는 한화 선수단이 그동안 흘린 노력의 땀이 폄훼될 위기에 처했고, 그에게 무수한 안타와 홈런을 허용한 상대팀과 투수들도 엄연한 피해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스포츠정신과 공정성이 훼손됐다.

최진행은 "어떠한 이유와 관계없이 팬 여러분들과 구단, 선수단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그동안 선수들이 흘린 땀이 저로 인해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와 관련된 모든 징계는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사과했다. 이번 일로 한화 구단을 넘어 KBO리그의 신뢰성이 큰 타격을 입었다. 깊게 뉘우치고 반성해야 한다.
단순히 최진행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실수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화 구단도 진심 어린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근육강화에 도움되는 보충제를 트레이너에게 묻지도 않고 복용한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말로 고의성이 없었다면 구단은 선수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했다.
한화 구단은 KBO 징계 이후 구단 자체적으로 최진행에게 벌금 2000만원을 물었다. 금전적으로 최진행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엄연히 치러야 할 대가.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일으켰다. 야구 외적인 일이지만 최근 구단 자체 징계로 3개월 출장정지 당한 LG 정찬헌, KIA 윤완주 사례와 비교된다.
최진행과 한화 구단을 향한 실망감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다. 다른 것도 아닌 약물 문제라는 점에서 불명예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도덕성에 흠집이 생겼다는 점에서 상처가 깊고,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차피 치러야 할 대가라면 보다 냉정하고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
KBO도 올해부터 반도핑 제재 규정을 강화했지만 30경기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실적 여건으로 전수 검사가 어렵다면 제재라도 세게 해야 예방의 효과가 있다. 운 좋게 표적 테스트에서 빠져나간 선수들은 언제든 약물을 다시 복용할 수 있다. 솜방망이 징계는 약물 복용 선수들에게 잠시 스쳐가는 소나기일 뿐, 뿌리를 뽑기 어려울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