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은 지난해보다 떨어진다. 선수도 그에 대한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임팩트는 4할 타율에 도전했던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승부처 때 한 방을 날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팀 내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원(27, SK)이 올해는 ‘재원 와이번스’를 만들어 나갈 기세다.
이재원은 25일까지 올 시즌 65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를 기록하고 있다. 전반기 막판까지 4할에 이르는 타율을 기록하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지난해의 성적만은 못하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다. 바로 타점이다. 이재원은 25일까지 55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홈런은 6개로 적은 편이지만 18개의 홈런을 때린 앤드류 브라운(44타점)보다 10개 이상이 많은 팀 내 1위다. 리그 전체로 따져도 9위다.
팀 내 타점 비중(개인 타점/팀 타점)은 다른 선수들 못지않다. 리그 타점 1위 에릭 테임즈(NC, 72타점)의 이 비율은 19.1%, 2위 이호준(NC, 70타점)은 18.6% 정도다. 이재원은 18.3%로 타점 10위 내 선수 중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절대적인 타점은 적지만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공헌도는 적지 않다는 의미다. 올 시즌 답답한 득점권 양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SK지만 득점권 타율이 3할9푼인 이재원은 예외다. 그래서 더 영양가가 있다.

한동안 타격 페이스가 처지며 타율이 3할 아래로 내려왔지만 타점 영양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주부터는 홈런을 비롯한 장타도 나오며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18일 한화전에서는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타점을 기록하며 팀 전체 득점인 7점의 대다수를 책임졌다. 19일 삼성전에서도 2타점, 21일 삼성전에서도 2타점을 기록했다. 2경기 동안 SK의 득점 총합이 6점이었으니 이재원이 역시 많은 것을 해결한 셈이다.
2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이런 이재원의 활약은 빛났다. 3-1의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던 6회 상대 선발 진야곱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2점 홈런을 터뜨린 것에 이어 7회에는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이날도 3타점을 수확했다. 경기 막판 쫓긴 SK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 3타점은 승리를 확정짓는 열쇠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 시즌 부상으로 아직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최정의 몫을 이재원이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생애 첫 한 시즌 100타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재원은 시즌 반환점이 지나기 전에 55타점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항해를 벌이고 있다. 이런 타점 항해, 그리고 득점권 타율에 대해 이재원은 특별한 비결이 없다고 말한다. 굳이 뽑자면 집중력이다. 이재원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주자가 있으면 치기 위해 집중한다. 타점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장타가 서서히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원이 전형적인 거포는 아니지만 2루타 이상의 장타가 쏠쏠히 나오는 중·장거리가 타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동안 정확성 위주의 타격을 하다보니 장타가 잘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침체에 빠져 있는 팀 타선 구성상 큰 것보다는 일단 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일 수 있다. 이재원도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제는 최정과 김강민이 돌아와 이재원의 어깨 위에 있던 짐을 덜어주고 있다. 3번보다는 5번이나 6번에서 원래의 목표인 ‘주자 정리’에 전념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농담과 같은 단어지만 SK는 올해 ‘재원 와이번스’가 되어야 공격이 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원은 충분히 괜찮은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성적에 죄송스럽다. 팬 여러분들게 죄송하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지금도 좋은 성적이지만, 더 좋은 성적이 된다면 그 자체가 SK의 한줄기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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