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투혼’ 김광현, 또 한화에 발목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6 22: 05

불펜에 대기할 수 있는 선수가 몇 없는 것이 팀의 현실이었다. 에이스로서 팀을 위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이를 잘 아는 김광현(27, SK)의 전략은 ‘맞더라도 빠르게’였다. 하지만 그런 책임감에도 불구하고 한화의 벽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개인 8연승 행진도 아쉽게 마무리됐다.
김용희 SK 감독은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앞서 불펜에 대한 다소간의 고민을 드러냈다. SK는 24일과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2연승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불펜 소모가 너무 심했다. 핵심 필승조인 문광은과 정우람의 이틀 합계 투구수가 각각 50개를 넘어갔다. 이에 김 감독은 26일 두 선수를 불펜에 대기시키지 않고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
채병룡 전유수 등 쉰 선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두 선수의 공백은 적지 않았다. 때문에 김 감독은 “김광현이 길게 던져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를 잘 아는 김광현은 빠른 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맞더라도 초구에 맞아 투구수를 아끼겠다는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전체적인 제구와 구위는 최근 좋았을 때보다 떨어져 있었다. 결국 한화에 소나기 안타를 허용하며 많은 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김광현은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 동안 올 시즌 최다 피안타인 9안타(1피홈런)를 허용하며 3실점(2자책점)했다. 이로써 김광현은 옛 스승인 김성근 한화 감독을 상대로 한 올 시즌 세 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최근 들어 뚜렷한 감소 추세였던 볼넷이 4개 나왔다는 점 또한 아쉬웠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왔으나 평균은 평소보다 2~3㎞ 정도 떨어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일정부분 희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김광현은 주저 하지 않고 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초반에는 위기 관리능력을 과시했다. 1회 1사 1루에서 김태완을 병살타로 잡고 위기를 잘 넘긴 김광현은 2회 김태균의 좌익선상 2루타, 정근우의 중전안타로 맞이한 무사 1,3루에서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호투,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3회에는 자신의 실책이 빌미가 돼 1점을 실점했지만 역시 대량실점을 막았다. 선두 허도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이용규와의 끈질긴 승부 끝에 결국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이어 장운호의 투수 앞 희생번트는 스스로 악송구를 저지르며 무사 만루라는 절대 위기를 맞이했다. 김태완의 투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허도환을 홈에서 잡아내기는 했으나 발목 쪽에 다소 통증을 호소하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신체 밸런스가 깨진 김광현은 김태균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첫 실점을 했다. 그러나 추가 실점은 없었다. 정근우를 115㎞짜리 느린 커브로 루킹삼진 처리한 김광현은 한화의 승부수였던 대타 박노민을 슬라이더(131㎞)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절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실책이 끼어 있어 실점은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4회에도 안타 1개, 볼넷 2개로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김태완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고 실점하지 않았다.
하지만 5회 위기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투구수가 불어났고 결국 목표로 했던 6이닝 이상 소화에 실패했다. 5회 선두타자 김태균에게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홈런을 맞아 아쉬움을 남긴 김광현은 1사 후 송주호에게 좌중간 2루타, 권용관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허도환을 병살타로 잡고 이닝을 마치기는 했지만 김광현으로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은 순간이었다.
제구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한화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에 5회에만 30개의 공을 던지고 말았다. 4회까지 74개의 공을 던지며 맞더라도 투구수는 줄여나가고자 했던 김광현의 전략이 수모로 돌아가는 이닝이었다. 6회까지는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김광현은 5회가 마지막 이닝이 됐고 104개의 공을 던진 끝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자신의 개인 성적은 다소 포기하는 희생, 그리고 발목이 아픈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던진 투혼을 발휘했지만 웃지는 못했다. 팀도 0-6으로 져 결국 개인 8연승, 홈 5연승 행진이 모두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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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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