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벼락 출세이다. 두산 좌완투수 허준혁이 역투 행진을 이어가며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허준혁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8차전에 선발등판해 8회2사까지 단 2피안타 3볼넷 1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팀의 9-1 승리를 이끌고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데뷔 이후 최고의 호투였다. 이제는 돌풍이 아닌 태풍을 몰고오는 역투였다.
경기전 김태형 감독이 말했다. "제구력이 좋고 강약조절도 잘한다. 변화구는 물론 직구도 요소요소 섞어가며 잘 던진다. 상대의 타이밍을 잘 뺏는데다 스스로 안정을 찾고 여유도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마치 유희관을 이르는 말 같았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날 선발투수 허준혁이었다.

허준혁은 한치의 틀림도 없이 김감독의 말을 세 번째 등판에서도 실천했다. 최고 구속은 136km로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빠른 팔 스윙으로 상대타자들의 타이밍과 완급조절 능력으로 제압했다. 위기에서는 체인지업, 커브, 포크 등 춤추는 변화구를 던져 병살타를 유도했다. 위기에서 구사했던 변화구 제구력은 일품이었다.
1회는 가볍게 삼자범퇴. 2회는 선두타자 나지완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이범호를 3루 땅볼로 유도해 병살로 솎아냈고 김다원은 삼진처리. 3회도 볼넷 2개를 내줬지만 병살로 막아내는 솜씨를 과시했다. 4회도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나지완을 병살로 잡았다.
5회와 6회는 퍼펙트 행진을 펼치며 영의 숫자를 차곡차곡 쌓았다. 7회 1사후 브렛 필에게 몸쪽 커브를 던지다 좌월 솔로홈런을 맞고 첫 실점했다. 승격후 17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마감했다. 그러나 구위는 변함이 없었고 8회 2사후 최용규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투구수는 108개. 데뷔 이후 최다 이닝과 최다 투구를 했다. KIA 타자들의 방망이가 빗맞았다. 타선도 1회부터 펑펑 터지며 압도적 리드를 안겼다. 허준혁은 이날 호투로 1군 승격후 등판한 3경기에서 19이닝 1실점의 짠물투를 펼쳤다. 니퍼트의 대타가 아닌 확실한 3선발 투수로 화려하게 자리매김한 날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경기후 "허준혁이 팀에 좋은 효과를 주고 있다. 계속 선발투수로 기용하겠다"고 신임장을 주었다.
경기후 허준혁은 "나는 원래 컨트롤이 좋지 않았다. 올해 스프링 캠프때부터 컨트롤을 향상시키는 훈련에 포커스를 두었고 지금 효과를 보는 것 같다. 킥 동작을 와일드하게 하고 (팔은) 천천히 들어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팔 각도를 내리면서 구속이 떨어졌지만 컨트롤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구종에 대해서는 "커브, 체인지업, 포크 볼 하나만 구사했다. 지금은 모두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팀에 훌륭한 좌원 선배들이 많이 있다. 보기만 해도 많이 배우게 된다. 선배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옆에만 있어도 도움이 된다. 나도 실제로 등판했을 때 자신감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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