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야수 장운호(21)는 매우 특이한 선수다. 2군에서 성적만 놓고 보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1군에만 올라오면 존재감 있는 플레이를 펼친다. 전형적인 '1군 실전용' 선수인 것이다.
배재고 출신 장운호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56순위로 한화에 지명 받았다. 2군 첫 해 성적은 60경기 타율 2할1푼4리 33안타 10타점. 하지만 9월 1군 엔트리 확장과 함께 1군에 올라온 그는 11경기 20타수 6안타 타율 3할 4타점으로 활약했다. 안타 6개 중 3개가 2루타였다.
2년차가 된 지난해에도 비슷했다. 2군에서 63경기 타율 2할4푼9리 45안타 13타점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못 냈지만 1군에서는 39경기 타율 2할6푼6리 1홈런 7타점으로 수준급 성적을 냈다. 2군 기록으로 판단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실전용 선수로 올해도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장운호의 2군 성적은 38경기 타율 2할5푼2리 29안타 3홈런 21타점. 고졸 3년차로 괜찮은 활약이지만 그렇다고 퓨처스리그를 휘어잡는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3일 1군 등록과 함께 2경기 연속 2번 우익수로 선발출장, 감춰진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3일 대전 넥센전에서 4회 라이언 피어밴드에게 좌전 안타를 뽑아내며 선취 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장운호는 26일 문학 SK전에도 1회 김광현 상대로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더니 4회에는 볼넷을 골라냈다. 8회에는 고효준에게 투런포를 터뜨려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 2번타자로서 만점 활약이었다. 김성근 감독도 "장운호가 잘해줬다"며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강경학이 어깨 부상으로 1군 말소되고, 김경언의 1군 복귀가 다소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운호가 당분간 2번 테이블세터로 선발출장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장운호는 일전에 2군보다 1군에서 성적이 좋은 이유로 "못 쳐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한다. 잃을 게 없기 때문에 내 스윙을 하겠다는 마음이다"며 "1군 체질인가 보다. 1군만 오면 경기장 분위기도 그렇고 늘 재미있고 즐겁다. 나 스스로 기분이 업 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2군 성적이 좋은 선수들도 1군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하지만 장운호는 그 반대로 2군보다 1군만 오면 더 동기부여가 된다. 자신의 표현대로 1군 체질, 실전용 선수인 것이다. 2군 성적에 나타나지 않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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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