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가 약물의 유혹과 싸우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선수들이 약물 의혹에 휩싸이며 징계를 당함과 동시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일부 팬들은 징계 기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징계를 내리는 주관 단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인데 야구의 경우 그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5일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된 한화 외야수 최진행(30)에게 30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2000만 원 제재를 부과했다. 스타노조롤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경기 기간 사용을 금하는 스테로이드 계열의 성분이다. 최진행은 “지인에게 선물로 받았으며 영양보충제에 해당 성분이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라며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어쨌든 약물이 검출된 만큼 징계는 피해갈 수 없었다.
이는 최근 스포츠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도핑 문제 논란에 불을 지피는 사건이다. 한국 스포츠계는 대표적인 얼굴 중 하나였던 수영의 박태환이 테스토스테론 성분 검출로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는 한국 스포츠계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킨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프로축구의 강수일(제주), 그리고 프로배구의 곽유화(흥국생명)도 금지약물 사용으로 출장 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징계 기간은 각 선수마다 천차만별이다. 출전 정지 기간만 놓고 보면 박태환은 18개월 처분을 받았고 강수일은 15경기, 곽유화는 6경기, 그리고 최진행은 30경기다. 각 종목의 특성과 일정 차이를 생각해야 했으나 뭔가 통일성은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도핑 여부는 같은 곳에서 판단하지만 징계를 내리는 주체는 다른 탓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적법과 불법을 가릴 뿐, 프로단체의 징계수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KADA 규정은 WADA 규정에 발맞춰 대한체육회 산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만 적용된다. 아마추어 스포츠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KOC)와 각 프로 스포츠 단체들도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엄연히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 프로 단체는 선수 보호를 명목으로 자체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KBO의 한 관계자는 “KADA와 KBO가 아예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어떤 단체든 KADA의 도핑컨트롤센터에서 테스트를 받기 때문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징계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아마추어의 경우 대한체육회와 WADA 규정에 맞게 징계를 받는다. KBO도 별도의 징계 규정이 있다. 같은 사안이라도 제재 범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같지만 제재의 수위가 저마다 다른 이유다.
현재 KBO의 기준은 1차 적발시 사안의 경중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뉘어 10~30경기 징계를 받는다. 최진행의 경우 경기력 향상 물질의 양성 판단을 받아 가장 높은 30경기 징계를 받았다. 2차 적발시는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3차 적발시는 영구제명된다. 즉 최진행은 현행 규정상 최대한의 징계를 받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에 비해 프로 선수들이 지나치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라는 지적하고 있다.
30경기라면 프로야구에서는 한 달 보름이 안 되는 기간이다. 이에 비해 프로축구는 1차 위반시 15경기로 프로야구에 비해 훨씬 더 기간이 길며, 2차 위반시에는 아예 1년간 출전이 금지된다. 아마추어에 비하면 약하지만 프로야구에 견주면 더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 또한 최근 도핑 규정을 강화해 1차 위반시 80경기 징계를 내리고 있다.
실제 올해 최진행과 같은 스테노조롤이 검출된 아롤디스 비스카이노(애틀랜타)는 8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MLB의 경기수가 더 많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배 이상의 징계다. 프로스포츠의 선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프로야구가 좀 더 강한 징계, 그리고 모범이 될 수 있는 반도핑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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