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상의 이름값이 성적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KBO 외국인 선수들의 이야기다. 시즌이 절반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경력이 화려했던 선수들이 오히려 먼저 퇴출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몫을 잘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외국인 농사가 어려운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올 시즌 KBO 리그는 총 31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최고를 놓고 다툼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즌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6명의 선수들이 퇴출됐다. 부진한 성적에 적응까지 못했던 잭 루츠(전 두산)가 불명예스러운 첫 테이프를 끊은 가운데 나이저 모건(전 한화), 앤디 시스코(전 kt), 찰리 쉬렉(전 NC), 유네스키 마야(전 두산), 잭 한나한(전 LG)으로 이어지는 퇴출 릴레이가 벌어졌다. 벌써 전체의 20%에 육박한다.
앞으로도 위험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부진한 성적에 빠져 있는 몇몇 선수들이 또 다른 퇴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필 어윈(kt)은 2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외 루카스 하렐(LG), 필립 험버(KIA) 등도 꾸준히 다음 대상으로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 중 화려한 경력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장 화려했던 경력을 자랑했던 한나한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실패작이 됐다. 한나한은 메이저리그(MLB) 통산 614경기에 나선 거물급 선수였다. MLB 통산 598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2리를 기록했던 모건 또한 T세리머니만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경력의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었던 두 선수는 이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소속팀에 씁쓸한 기억을 선사했다.
루카스는 휴스턴 소속이었던 2012년 11승11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한 선수였다. 단일 시즌 MLB 두 자릿수 승수 투수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26일까지 16경기에서 4승6패 평균자책점 5.26을 기록 중이다. 기대에는 못 미친다. MLB에서 퍼펙트 게임의 대업을 세웠던 경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험버 역시 12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6.75의 부진이다. 하렐은 MLB에서 88경기, 험버는 97경기에 나섰다. 지난해 MLB 출전 기록이 있던 어윈도 위태롭다.
그나마 경력값을 하고 있는 선수로는 알프레도 피가로(삼성), 조쉬 린드블럼(롯데), 앤디 마르테(kt), 앤드류 브라운(SK) 정도다. 짐 아두치(롯데)는 평균 정도라고 볼 수 있으며 타일러 클로이드(삼성)과 같은 경우는 기대 이상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올 시즌도 한국무대에서 검증을 마쳐 재계약에 이른 ‘구관’들의 활약은 비교적 무난하게 이어지고 있다. 돈이 있다고 해서, 경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어쩌면 세상사의 평범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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