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SK 선발진의 발견인 박종훈(24)이 점차 선발투수로서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다. 가뜩이나 희귀한 투구폼인데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 살짝 꺾이고, 옆으로 휘고, 때로는 위로 치솟는다. 이렇게 다양한 어뢰를 쏘고 있는 박종훈이 ‘선발 안착’이라는 모항으로 귀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박종훈은 올 시즌 SK의 선발진에 합류해 비교적 무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15경기 전체 성적은 2승3패 평균자책점 3.91이다. 선발로 나선 8경기에서는 3.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리그를 주름잡는 에이스들과 견줘 아주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팀의 기대치에는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는 성적이다. 당장 각 팀의 5선발 중 이보다 나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SK 선발진에서도 김광현(3.74)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5선발이었던 백인식을 대신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박종훈이다. 사실 처음에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1군에서 선발로 뛴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확실히 검증된 선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박종훈은 시간이 갈수록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며 팀 선발진의 확실한 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3점이 넘는 점수를 준 적은 한 번 뿐이다.

진화에는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더 날카로워진 구위다. 박종훈은 국내 투수 중 가장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공이 나오는 선수다. 타자들이 생소해하고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여기서 알게 모르게(?)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투구 분석표에서는 빠른 공, 커브 2가지만 잡혀 ‘투피치 투수’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싱커와 투심, 그리고 슬라이더를 섞어 던진다. 홈 플레이트에서 변화가 지저분하다는 게 타자들의 의견이다.
박종훈은 “아마 구속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그냥 빠른 공으로 표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120㎞대 후반의 공은 싱커나 투심으로 보면 된다. 원바운드되는 공은 거의 대부분 싱커”라면서 “옆으로 흐르는 공은 슬라이더, 좌타자 기준으로 몸쪽으로 파고들며 솟구치는 공은 커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분석원들도 금세 잡아내지는 못할 정도의 미세한 궤적 차이는 타자를 속이는 데 도움을 준다.
선발진에 합류해 계속 꾸준히 던지다보니 자신감도 좋아졌다. 이는 2군이나 불펜에서는 쉽게 쌓을 수 없는 산 경험이다. 여기에 공 한 개를 허투루 던지는 것도 없다. 박종훈은 긴 이닝소화에는 특별히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 어차피 자신이 나서는 경기는 중간계투요원들이 더 많이 준비하고 대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이닝소화보다는 내가 던질 때는 최대한 점수를 안 준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것은 제구다. 박종훈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2할3푼4리로 좋은 편이다. 피장타율도 3할3리에 불과하다. 맞아서는 점수를 많이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간에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이 끼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박종훈의 9이닝당 볼넷은 4.66개로 많은 편이다. 선발투수로서 자리매김하려면 경기당 3개 정도로 내려와야 한다.
사실 박종훈과 같은 극단적인 잠수함 투수는 기술적으로 제구를 잡기가 어렵다. 이런 유형의 투수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다. 하지만 이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 박종훈은 “기술적인 부분의 문제는 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려서 볼넷을 주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변화를 짚었다. 지금의 상승세라면 이 문제도 조금씩 해결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SK는 미래를 담보할 든든한 선발투수 하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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