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구위가 저하된 모습에 고전하기는 했지만 푹 쉰 전유수(28, SK)의 공에는 위력이 있었다. 선발 윤희상의 갑작스런 난조로 인한 공백을 깨끗하게 지우며 SK의 버팀목 몫을 했다.
SK는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났다. 바로 선발 윤희상의 조기 강판이었다. 윤희상은 이날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빠른 공 구속이 130㎞대까지 처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로케이션과 변화구로 꾸역꾸역 버텼지만 4회가 마지막이었다. 4회까지 3실점을 한 윤희상은 결국 교체됐다. 누군가는 6회까지 선발의 몫을 대신해야 했다. SK의 승부수는 전유수였다.
전유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31경기에서 33이닝을 던지며 1승4패4홀드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 중이었다. 외견적인 성적은 좋지 않았던 편. 그러나 승리조와 추격조를 오고가며 분전한 공헌도는 매우 높았다. 필승조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야 할 때, 그리고 포기하기는 아까운 점수차일 때 가장 먼저 호출되는 선수였다.

그렇게 묵묵히 던지다보니 어깨에 다소간 피로가 쌓여 있었던 것도 사실. 첫 이닝을 막아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다음 이닝은 다소 고전하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하지만 전유수는 이번주 내내 푹 휴식을 취했고 이날 등판해 한화 타선을 꽁꽁 묶어내며 호투를 선보였다.
5회 마운드에 오른 전유수는 선두 이성열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한 것에 이어 가장 까다로운 타자인 김태균을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고 가장 큰 산을 넘겼다. 우익수 윤중환이 전력질주해 잡아내는 호수비도 등에 업었다. 이어 정근우는 루킹삼진으로 처리하고 5회를 잘 넘겼다.
6회는 하이라이트였다. 올 시즌 구사 비율을 높이고 있는 포크볼이 위력을 발휘했다. 선두 한상훈을 131㎞ 포크볼로, 권용관을 127㎞ 포크볼로 연거푸 삼진 처리한 전유수는 주현상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허도환을 127㎞ 슬라이더로 다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6회도 마쳤다. 이날 아웃카운트 6개 중 5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토했다.
전유수는 7회 문광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3-3으로 맞선 상황이라 승리도, 홀드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윤희상의 갑작스러운 공백을 완벽하게 지워낸 전유수의 호투 덕에 SK도 정신을 가다듬고 경기 후반에 임할 수 있었다. 비록 6-3으로 앞선 8회 대량실점을 하며 전유수의 호투가 뒤로 묻혔지만 결국 팀도 이겨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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