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한 번씩, 그걸 3시간 동안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나야 하는 직업이 있으니 바로 포수다. 그래서 포수들은 체력소모가 심하다. 무거운 보호장구를 착용해야하며, 무리한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무릎이나 엉덩이 쪽에 고질적으로 부상을 달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포수들은 하루에 1이닝만 일찍 교체되어도 크게 체력적으로 부담을 던다고 말한다. 마치 직장인이 오후 6시가 아니라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어느 팀이든 넉넉하게 포수 자원을 갖춰두고 체력관리를 해 주면 좋겠지만, 포수 품귀현상이 심각한 KBO 리그 실정 상 이렇게 할 수 있는 구단은 손에 꼽을 정도다.
롯데 자이언츠 주전포수 강민호(30)는 올해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년 간의 부진을 떨쳐내고 강민호는 타율 3할2푼 24홈런 60타점으로 절정의 타격감각을 자랑한다. 홈런 24개로 리그 홈런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만약 타이틀을 지켜낸다면 2004년 박경완(SK,34홈런) 이후 11년 만에 포수 홈런왕이 된다.

그런데 홈런왕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체력안배다. 강민호는 올해 롯데가 치른 72경기 가운데 64경기에서 마스크를 썼다. 참고로 리그 포수 출전 1위는 김태군(NC)으로 팀이 치름 71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김태군의 포수 소화이닝은 557⅔이닝, 강민호는 그 뒤를 이어 516이닝으로 리그 2위다.
강한 체력을 자랑하는 강민호지만 날이 더워진 요즘들어 '피곤한 걸 느낀다'고 말한다. 강민호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알지만, 결장하면 그 공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계속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 현상은 백업포수 장성우의 트레이드 후에 더욱 심해졌다. 강민호는 장성우가 롯데 소속이었던 5월 1일까지 팀이 치른 25경기 중 20경기에 선발 출전, 80% 선발 출석률을 기록했는데 장성우 이적 후 가진 47경기에서는 44경기에 선발로 나서 93.6%의 선발 출석률을 찍고 있다.
특히 강민호는 팀 성적이 하락하기 시작한 6월 이후 더욱 쉬지 못하고 있다. 6월 롯데가 치른 20경기에서 강민호는 19경기에 선발 마스크를 썼다. 6월 16일 목동 넥센전에서만 안중열이 선발 포수로 출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강민호는 27일 사직 넥센전 경기 도중 스윙을 하다가 왼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에서 빠졌다. 만약 햄스트링 파열이라면 롯데로서는 재앙이 아닐 수 없었던 상황, 정밀검진 결과 다행히 근육파열은 피했지만 휴식 및 출전 조절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 강민호의 체력안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현재 1군 백업포수는 김준태다. 안중열을 대신해 1군에 올라와 3경기에 나섰다. 당분간 롯데는 김준태와 안중열 둘이서 백업 포수 자리를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젊은 선수들인만큼 강민호와 기량을 비교하기는 곤란하지만, 강민호를 더욱 건강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출전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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