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6번째 끝내기 패배였다.
한화는 지난 27일 문학 SK전에서 9회말 2사 1루에서 권혁이 박진만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고 6-8로 무릎을 꿇었다. 올해 벌써 끝내기 패배가 6번으로,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많은 기록이다. 두산이 5차례, LG·롯데·KIA가 4차례 끝내기 패배로 한화의 뒤를 잇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화의 끝내기 패배가 유독 눈에 띄는 건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3월28일 목동 넥센전부터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예사롭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 연장 12회말 송창식이 서건창에게 끝내기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4-5로 졌다. 4월10일 사직 롯데전에는 9-8로 리드한 11회말 2사 2루에서 바뀐 투수 송은범이 장성우에게 던진 초구가 우월 끝내기 투런 홈런으로 연결돼 9-10 역전패를 당했다. 지금까지도 김성근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경기로 꼽을 만큼 그 충격이 상당했다.

그 이후 4번의 끝내기 패배를 더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권혁이 마지막 투수였다. 5월9일 잠실 두산전에 4-1 리드를 안고 9회말 등판했으나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맞고 끝내기 역전을 허용했다. 9회말 김재환의 동점 적시타 이후 우익수 김경언의 홈 송구 실책이 겹치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5월20일 문학 SK전에도 권혁은 6-6 동점 상황에서 9회말 마운드에 올랐으나 연속 볼넷에 이어 이재원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다. 지난 2일 목동 넥센전은 연장 11회말 2사 1·2루에서 박헌도의 타구를 좌익수 최진행이 포구위치를 잘못 잡는 바람에 2루타가 돼 7-8 끝내기 패배로 직결됐다.
이어 27일 문학 SK전에도 8회부터 투입된 권혁이 9회말 2사 후 김강민에게 볼넷을 준 뒤 박진만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았다. 권혁의 시즌 6번째 패전 경기로 그 중 4패가 끝내기 패배였다. 박정진과 윤규진을 모두 소모한 상황에서 마지막 최후의 보루는 권혁이었지만 누구든 완벽할 수는 없다.
특히 권혁이 끝내기로 무너진 경기를 보면 앞선 경기에서의 적잖은 투구가 영향을 미쳤다. 5월9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7~8일 kt·두산전에서 모두 2이닝씩 각각 35구·25구를 던졌다. 3연투로 인해 구위 저하 현상을 보였다. 5월20일 문학 SK전은 앞서 이틀을 쉬었지만, 5월17일 대전 넥센전에 2이닝 40개 공을 던졌다. 6월2일 목동 넥센전도 이틀 휴식에 앞서 5월30일 울산 롯데전에서 2⅓이닝 50구로 적잖은 힘을 썼다.
27일 문학 SK전 끝내기 패배 전날에도 권혁은 SK를 상대로 6-0으로 리드한 8회말 1사 2·3루 위기에서 나와 9회말까지 1⅔이닝 33구를 던졌다. 물론 이틀을 쉬었지만 이전부터 쌓여온 피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한화는 올 시즌 내내 필승조 투수, 그 중에서 권혁과 박정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윤규진의 부상 공백으로 4월 중순부터 43일 동안 박정진과 권혁이 고생했고, 6월에는 송은범의 2군행과 함께 송창식의 선발 이동 이후 필승조의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의 부담을 덜어줄 불펜투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적어도 5~6점차에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추격조 투수가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총력 승부에서 마지막 힘이 모자란 끝내기로 지는 경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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