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지배' 양의지, 단골 신 스틸러 등극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6.28 05: 59

영화에서 주연 못지않은 주목을 받는 연기자들을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한다. 쉽게 말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장면을 훔치고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야구에서 포수는 주연이 되기 힘들다.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경기에서도 스포트라이트는 대부분 투수를 향한다. 타격에서는 대체로 중심타선보다 하위타선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기에 경기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할 기회도 자주 찾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의지(28, 두산 베어스)는 올해 주연급 경기를 자주 펼쳤다. 돋보이기 위해 과욕을 부리지는 않지만, 타석에서 투수들에게 힘이 되는 한 방을 가장 많이 터뜨렸다. 방망이를 들었을 때는 물론 마스크를 썼을 때도 든든하다. 두산 투수들은 호투를 펼치면 항상 양의지에게 감사를 표하곤 한다.

지난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는 유희관(두산)과 양현종(KIA)의 ‘에이스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게임을 지배한 것은 양의지였다. 3점홈런 두 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6타점을 올린 양의지는 왼손잡이 주연 두 명을 제치고 신 스틸러로 등극했다.
깜짝쇼는 아니다. 올해 63경기에 출전한 양의지는 타율 3할3푼, 14홈런 48타점으로 없어서는 안 될 활약을 해주고 있다. 타율은 리그 9위, 홈런은 공동 11위다. 타점 역시 이승엽(삼성)과 함께 공동 1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OPS는 정확히 1.000이다. 고향인 광주에서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4홈런 9타점으로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팀 내 순위로 봐도 양의지의 공격력은 주력타자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김재호와 민병헌이 연일 놀라운 안타행진을 해내고 있어 타율은 3위지만 홈런은 팀 내에서 선두다. 타점도 김현수에 이은 2위다. 포수기 때문에 체력 안배나 몸 관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결과다.
눈에 띄지 않는 공헌도도 높다. 4할2푼2리로 높은 출루율의 비결 속에는 묵묵히 많은 공을 몸으로 받아낸 노력도 포함되어 있다. 양의지는 이번 시즌 몸에 맞는 볼 15개로 이 부문 리그 1위다. 2위 정상호(SK)와는 3개 차이다. 6월 들어 하루에 두 번이나 몸에 맞고 출루한 것도 3경기나 된다.
팀의 간판인 민병헌, 김현수가 각각 1, 3번에 버티고 있고, 6월에 합류한 데이빈슨 로메로까지 타선에 힘을 싣기 시작해 두산을 만나는 투수들에게 양의지가 ‘경계대상 1호’가 되는 일은 적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상대 투수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은 양의지였던 경우가 많다.
리그 최고 에이스의 맞대결까지 자신의 무대로 바꾸어놓은 단골 신 스틸러 양의지는 타율과 홈런, 타점까지 모든 면에서 커리어 하이를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양의지의 한 시즌 최고 타율은 3할1리(2011)인데,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 20홈런과 68타점(이상 2010)은 훨씬 수월하게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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