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0세의 나이, 1년의 공백, 그리고 더 이상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은 순수한(?) 신체. 이런 조건 속에 시즌을 출발한 알렉스 로드리게스(40, 뉴욕 양키스)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세간을 예상을 뛰어 넘는 활약상이다. 이에 개인통산 15번째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로드리게스는 27일(이하 한국시간)까지 69경기에 나가 타율 2할8푼9리, 15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3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전체에 내놔도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는 기록이다. 신체가 팔팔한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 홈런은 아메리칸리그 공동 9위이며 타점도 15위를 달리고 있다. OPS는 리그 7위다.
지난해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을 일으키며 162경기 징계 처분을 받은 로드리게스는 한 시즌을 모두 건너뛰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1년 출전 정지는 사실상 은퇴 수순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로드리게스는 재기를 하겠다며 개인 훈련에 들어갔다. 그런데 성적이 기대 이상이다. 당초 “양키스의 골칫덩어리가 될 것”이라는 로드리게스는 시범경기를 통해 지명타자 자리를 꿰차더니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올 시즌을 통해 역대 홈런 4위, 2000타점, 그리고 3000안타 고지를 모두 밟은 로드리게스를 향한 양키스 팬들의 분노도 조금은 사그라지는 모습. 한 때 타격감이 떨어질 때도 있었으나 노련미를 과시하며 다시 3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여기서 관심이 몰리는 것은 로드리게스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이다. 꽤 화려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속팀 양키스는 27일까지 전체 일정에 절반에 못 미치는 74경기를 소화했다. 로드리게스가 남은 시즌을 건강하게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로드리게스는 현재 33홈런, 96타점 페이스다. 휴식일을 가지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이나 지명타자 포지션상 그렇게 많지는 않을 전망. 타점이야 기회가 잦아지면 좀 더 적립할 가능성이 있으니 30홈런-100타점 동시 달성을 점치는 시선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30홈런-100타점은 로드리게스의 전매특허다. 로드리게스는 1994년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이래 총 14차례나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이는 MLB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이다. 매니 라미레스가 12회, 지미 폭스가 12회, 베이브 루스가 11회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가 11회로 로드리게스의 뒤를 잇고 있다. 당대를 대표하는 스타들도 생각보다 횟수가 많지 않은 것에 난이도를 실감할 수 있다. 로드리게스도 2010년 30홈런-125타점을 기록한 뒤 아직 달성해보지 못했다.
이 기록을 만 40세의 시즌에 달성한 선수는 배리 본즈가 유일하다. 통산 11회 이 기록을 달성한 1964년생의 본즈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이었던 2004년 45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마지막으로 이 고지를 밟은 기억이 있다. 1975년생인 로드리게스는 오는 7월 만 40세가 되며 본즈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대단한 업적을 나열할수록 약물에 대한 아쉬움은 더 진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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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