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에는 보이는 1군 선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2군 선수도 있고 수많은 육성 선수들도 있다. 군 보류 선수까지 합치면 대다수의 팀들이 70~80명 이상의 선수를 보유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선수가 부족하다”라고 아우성이다. 이에 대해 김성근 한화 감독은 KBO 리그의 문호를 여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여지는 있는 문제다.
현재 야구계는 야구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초·중·고 야구팀을 신설해 야구 꿈나무들을 더 많이 키우려는 작업이 KBO(한국야구위원회)나 각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클럽 활동이나 티볼 보급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좀 더 친숙하게 하는 방안도 병행되고 있다. KBO에서는 순회 프로그램을 통해 꿈나무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키우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모두 장기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당장 효과를 볼 만한 일은 아니다. 여기에 최근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야구의 저변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은 깊이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때문에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희소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당장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광풍이 불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즉시 전력감’으로 손꼽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은 매년 오르고 있다. 100만 달러 이상의 선수도 흔하다.

이에 김 감독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가 부족하다”라고 아우성치면서 꽁꽁 문을 닫아놓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지금 1군 선수는 물론 각 팀이 보유하고 있는 육성선수들이 얼마나 많나. 그런데도 다들 선수가 부족하다고 한다”라면서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권 선수들에게는 문을 열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을 내놨다. 재일교포 선수들은 물론 일본이나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선수 영입 제한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이런 선수들은 대다수가 외국인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대다수의 외국인 선수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져 대다수는 고려대상은 아니다. 일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한국에 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외국인’이라는 족쇄만 없다면 몸값은 비싸지 않으면서도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자원들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몇 차례 야구계에서 거론된 바 있다. 전지훈련 캠프를 애리조나에 차린 프로구단의 몇몇 감독들은 “대학 쪽에 한국계 혼혈이나 2-3세 선수들이 있는데 프로에서 뛰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기량도 꽤 괜찮은 선수들”이라고 관심을 보였다. 재일교포 쪽에서도 그런 선수들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드래프트에 참여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한국 국적이 없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사실상 길은 막혀 있다. 김 감독은 이런 선수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주자는 주장이다.
물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만약 프로농구의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처럼 ‘특별 드래프트’를 도입할 경우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미리 점찍은 선수들을 숨기고 각 구단이 숨바꼭질을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다. 또한 이 문제는 아직 KBO 내부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으며 또 하나의 주체인 프로야구 선수협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드래프트의 혼란을 걱정한다면 드래프트를 열지 않고 필요한 팀만 영입하면 된다. 필요 없는 팀까지 굳이 선수를 영입할 이유는 없다”라면서 “몇몇 팀들이 고양 원더스의 선수를 영입했던 때처럼 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정이 이런데 틀에 박혀 있어서는 안 된다.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인식의 변화를 재차 강조했다. 꼭 이런 제도의 도입이 아니더라도 질적 저하를 말로만 걱정해서는 안 된다는 노장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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