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김태균, 한화의 늘푸른 히어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8 13: 00

김태균(33, 한화)은 야구를 ‘아주’ 잘하는 선수다. 프로에서 쌓은 경력, 국가대표 경력 등이 이를 모두 증명한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를 봤을 때, 최고로 화려했던 선수는 아니다. 남들처럼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압도적인 홈런 페이스를 과시한 적도 없다. 그에 비해 팬들의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부담감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라며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김태균이지만 팬들은 바라는 것이 많았다. 3할 중반대의 정교한 타율을 보여줘야 한다고 믿었고 그러면서도 “30홈런은 쳐야 한다”라는 거포의 DNA를 바랐다. 적시타를 칠 때도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고, 3할 중반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어도 타점이 적다고 곁눈질을 주곤 했다.
물론 그만큼 뛰어난 선수이기에 걸리는 자연스러운 기대였다. 여기에 김태균은 예나 지금이나 팀의 상징이다. 지역을 따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는 신인 시절부터 전설적인 존재인 장종훈(현 롯데 코치)의 뒤를 이어나갈 ‘이글스의 적자’였다. 지역 최고의 유망주였고 좋은 대우를 받으며 한화 유니폼을 입었으며 장종훈의 라커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2008년에는 장종훈 이후 처음으로 이글스 출신 홈런왕이 됐다. 한화 팬들은 열광했고 그럴수록 기대치는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 그 기대치가 때로는 버거워 보일 때도 있었다. 특히 팀 성적이 하위권으로 처질수록 김태균은 만능맨이 되어야 했다. 팀 성적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는 일본에서의 경력, 그리고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었던 연봉과 결부돼 논란은 커졌다. 집중 견제를 받는 어려운 사정을 간과한 채 때로는 ‘연봉값’을 못한다며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그런 상황에서도 늘푸른 소나무처럼 자신의 자리, 이글스의 4번 타자를 지키고 있다. 한결 같고, 꾸준하다.
올해는 김태균에 대한 논란이 유독 없는 해다. 한화 팬들은 김태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 깨닫고 있으며 얼마나 과소평가되어 있었던 선수인지 실감하고 있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27일까지 타율 3할4푼3리(리그 4위), 15홈런(10위), 61타점(공동 4위), 출루율 4할8푼7리(1위), 장타율 6할7푼4리(4위), OPS(출루율+장타율) 1.161(2위)이라는 환상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올 시즌 중반 허벅지 부상으로 대타 출전만 하는 경기가 꽤 많았음을 고려하면 홈런과 타점 페이스도 결코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팀이 필요할 때 해결사의 임무를 자처하고 있다. 김태균의 득점권 타율은 4할2푼4리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정확도에 중점을 둔 타격을 하다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대포를 터뜨리며 한화에 승리를 선물하고 있다. 최근에는 홈런 페이스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주 3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터뜨리며 7타점을 쓸어 담았다. 26일 인천 SK전에서는 3안타 경기, 27일 SK전에서는 4안타 경기를 했다. 절정의 감이자 상대로서는 공포다. “던질 곳이 없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김태균은 올 시즌 단단한 정신무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역시 최하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하다. 김태균은 아직 프로데뷔 후 한국에서는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김태균이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나간다면 한화도 치열한 순위싸움에서 버틸 수 있는 최고의 버팀목을 얻는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한화의 가장 굵은 뿌리는 예나 지금이나 김태균이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