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의 불펜 요원 논란이 한 선수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 올 시즌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SK의 수호신 정우람(30)이 그 주인공이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의 몸값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관심사는 정우람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정우람은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6-6으로 맞선 8회 2사 만루에서 등판, 대타 김태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위기를 넘긴 것에 이어 9회까지 차분히 정리하며 팀의 역전 발판을 만들었다. 이런 정우람의 안정적인 역투 속에 SK는 9회 2사 1루에서 터진 박진만의 끝내기 투런으로 마지막에 웃었다. 정우람은 시즌 6번째 승리를 챙기며 활약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비가 오는 와중에서 제구와 투구폼이 흔들리며 고전 끝에 세이브를 거뒀던 정우람은 이날 건재를 과시했다. 이로써 정우람은 평균자책점을 다시 1점대(1.99)로 끌어내렸으며 39경기에서 40⅔이닝 동안 6승2패4세이브10홀드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의 절반가량이 지난 상황에서 이런 성적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 정우람은 그것을 해내고 있다.

성적을 보면 현 시점까지는 최고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하다. 30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투수를 표본으로 하면, 정우람은 9이닝당 탈삼진(12.84개), 피안타율(.161), 피출루율(.253), 피장타율(.219), 피OPS(.472)에서 모조리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조상우(넥센, 1.94)에 간발의 차로 뒤진 2위다. 다만 조상우가 이닝당 22.2개의 투구수를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정우람은 17개면 1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공격적으로 효율적이었다.
여기에 불펜투수의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기출루자 득점허용률(IRS)도 괄목할 만하다. 정우람은 올 시즌 총 42명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홈을 허용한 주자는 단 5명이었다. 비율은 11.9%인데 이는 기출루자 30명 이상의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더 대단한 것은 정우람이 지난 2년간 군 복무로 인한 공백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기까지 이르면 좀처럼 쉽게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그렇다면 개인 최고 시즌도 쓸 수 있을까. 화려한 정우람의 통산 성적표에서 최고의 시즌을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마무리로 뛰었던 2012년은 스스로 몸 상태가 그렇게 좋지 못했음을 시인했었다. 그렇다면 68경기에 나가 94⅓이닝을 던지며 4승 무패 7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1.81을 기록했던 2011년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팀 전력을 고려했을 때 승리나 세이브 등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따라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세부 지표는 당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질 것이 없다. 2011년 당시 정우람의 피안타율(.189), 피출루율(.246), 피장타율(.248), 피OPS(.494)는 올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시즌 막판까지 가봐야 한다. 다만 9이닝당 탈삼진(6.49개) 개수는 올해가 훨씬 높고 IRS는 2011년(13.8%)보다 올해가 좋다. 내용만 놓고 보면 무시무시했던 2011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마무리로 보직을 이동한 것도 개인 성적을 쌓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야 앞선 셋업맨들이 다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의 기본적인 능력과 앞으로 가세할 전력을 생각하면 부진이 길게 가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이에 정우람은 좀 더 계산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오승환에 이어 10승-10홀드-10세이브라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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