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권이 뛰쳐나가야 할 때 나가지를 못하고 제자리걸음이었다. 힘겹게 스코어를 지키고 있거나 홀을 지날수록 오히려 타수를 잃는 경우도 생겼다. 이럴 때 등장하는 추격자는 막힘이 없다.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모습을 보인 장하나(23, 비씨카드)가 자신을 스폰서하고 있는 기업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국내대회는 작년 8월 하이원리조트 오픈 이후 10개월 만에 승수를 보태 KLPGA 개인 통산 7승째를 따냈다. 추격자로 최종라운드에 뛰어들었지만 선두권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를 틈타 거침없는 질주로 마지막에 웃는 주인공이 됐다.
장하나는 28일 경기도 안산 아일랜드 리조트 코리아(파72, 649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PGA) 투어 시즌 13번째 대회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5(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 4000만 원)’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1개, 버디 5개를 잡아내는 활약 끝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 시작 전부터 “화끈한 버디쇼를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던 장하나는 4번홀부터 본격적으로 타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전반에만 3타를 줄인 장하나는 13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단독 선두로 올랐고 17번 홀 버디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장하나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최종 성적은 12언더파가 됐다.
최종 라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관심의 초점은 생애 첫 승에 도전하는 하민송(19, 롯데), 시즌 4승째를 노리는 이정민 (23, 비씨카드), 전인지(21, 하이트진로)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지켜보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민송은 3라운드까지 12언더파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었다. 이런 기대감이 부담이었을까? 마지막 라운드 첫 홀을 보기로 출발한 하민송은 이후 15개의 홀에서 파 행진만 거듭했다. 급기야 17번 홀에서는 보기까지 범했고 18번 홀에 가서야 이날 첫 버디를 잡아 11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하민송은 장수연 정희원과 더불어 공동 2위를 기록, 데뷔 첫 우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넘겼다.
10언더파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이정민과 전인지도 타수를 줄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이정민은 지루한 파 행진을 14번 홀까지 이어가다 15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전인지도 2, 16번 홀에서 보기를, 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이정민과 마찬가지로 9언더파를 기록했다.
미국 LPGA에서 활동하느라 올해 국내 대회에는 처음으로 출전해 우승한 장하나는 “미국에서 좋지 않은 성적으로 돌아와 미안했는데, 이번 대회를 좋은 성적으로 마쳐 다행이다. 남은 대회에서 잘 될 것이라는 신호가 될 것 같다. 다음 주 출전하는 중국 대회와 이어지는 US여자 오픈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미국 LPGA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사례는 2012년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한 유소연, 같은 해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세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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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느껴지는 장하나의 4번홀 티샷.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