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겹친 두 가지 악재를 떨쳐내는가 했던 메릴 켈리(27, SK)가 어이없는 보크 하나에 울었다. 심적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켈리는 결국 무너지며 최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켈리는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회까지는 2실점으로 막으며 잘 던졌다. 한결 나아진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7회 2사 후 볼넷과 연속 안타를 맞더니 보크를 저질러 점수를 내주고 김태균에게 3점포를 얻어맞으며 힘없이 무너졌다. 성적은 6⅔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6실점. 내용이야 어쨌든 전체적인 결과는 좋지 않은 한 판이었다.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9.00의 부진에 빠져 있던 켈리였다. 시즌 초반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던 켈리였기에 가파른 성적 추락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오른 손목 염증 증세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고 치료를 한 것이 첫 번째였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복귀 이후 로케이션이 흔들리며 특유의 낮은 코스 제구력이 나오지 않았다.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기는 하지만 구속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기보다는 제구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의 켈리였다. 그러나 그런 제구가 흔들리다보니 다양한 변화구도 통하지 않았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미세한 버릇이 읽혔다는 것. 복귀 이후 난타는 이런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체인지업을 받아 놓고 치는 장면이 계속 잡혔다.
외국인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였다. 켈리도 이런 문제를 파악한 뒤 투구폼 수정에 나섰다. 하지만 위기 때는 밸런스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날도 결국 위기 상황을 넘기지 못했다. 비록 5회 집중타에 스퀴즈까지 내주며 2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6회까지는 좋은 투구내용이었다. 특유의 땅볼 유도 능력이 빛을 발했다. 7회에도 선두 권용관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주현상을 병살타로 잡고 무난하게 8회를 바라보는 듯 했다.
그러나 7회 2사 후 조인성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이용규에게 우전안타, 장운호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2사 만루에 몰렸다. 타석에서는 최근 절정의 감을 자랑하고 있었던 김태균. 켈리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탓인지 2B-2S에서 투구 동작에 들어가다 팔을 풀어 보크를 지적받았다.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이없게 1점을 내준 켈리는 6구째 151㎞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넣다 높게 몰리며 김태균에게 좌중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아직 세 번의 공격 기회가 남아있긴 했지만 사실상 승기가 한화로 완전히 넘어가는 홈런이었다. 더 버티지 못한 켈리는 전유수로 교체되며 씁쓸하게 경기를 마쳤다. 올 시즌 인천에서는 6번의 등판에서 승리 없이 4패에 머무는 ‘홈 징크스’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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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