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내놓은 라인업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 라인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선수들의 활약상이었다. 그리고 한화에는 김태균(33)이 있었다. 결정적인 좀처럼 잘 맞지 않았던 한화 파격 라인업의 마지막 퍼즐을 끼어 넣었다.
한화는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2-2로 맞선 7회 4점을 내며 승기를 잡은 끝에 6-3으로 이기고 전날 끝내기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투수들이 SK 타선을 잘 막은 것도 있지만 역시 한 선수의 이름을 빼놓고는 승리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3-2로 앞선 7회 2사 2,3루에서 결정적인 3점 홈런을 터뜨린 김태균이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의 고민을 깨끗하게 지워내는 한 방이었다.
전 2경기와는 다르게 이날은 김성근 감독이 직접 오더를 짰다. “짜내고 짜낸 타순”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골자는 최근 부진에 빠져 있는 3번과 5번 타순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는 것이었다. 김태균이 4번 타순에서 절정의 감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3·5번이 받쳐주지 못하다보니 파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정근우도 옆구리가 다소 좋지 않아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상황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김태균을 3번으로 옮기고 이종환을 올 시즌 들어 첫 선발 4번 타자로 기용했다. 그리고 퓨처스리그에서 감 조절을 마치고 이날 1군에 올라온 이시찬을 5번에 놓으며 새로운 중심타선의 외견을 만들어냈다. 열에 아홉은 예상하기 어려웠던 라인업이었다. 그만큼 한화는 중심타선에서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초반에는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1회 1사 2루의 기회에서 김태균이 SK 선발 메릴 켈리의 바깥쪽 꽉 찬 컷패스트볼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것에 이어 이날 4번의 중책을 맡은 이종환도 낙차 큰 커브에 헛스윙 삼진으로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2회에는 5번 이시찬이 좌전안타로 출루해 포문을 열었지만 6번에 놓은 이성열이 병살타를 치며 초반 흐름이 꼬여갔다.
0-1로 뒤지던 5회에는 이시찬 이성열의 연속안타, 주현상의 적시타, 그리고 조인성의 스퀴즈 번트가 나오며 2점을 뽑았지만 3·4번 타선은 침묵을 이어갔다. 김태균도 5회 2사 만루 추가점 기회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기도 했다. 그렇게 경기는 2-2로 맞선 채 7회에 돌입했다. 먼저 점수를 내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틀림없이 보였다.
그런데 한화는 7회 2사 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조인성의 볼넷, 이용규 장운호의 연속 안타로 만루 기회를 잡았다. 공교롭게도 다음 타순은 김성근 감독이 그렇게 고민했던 3번이었고 김태균이 큰 환호와 함께 타석에 들어섰다. 2사라는 점에서 양쪽 모두 승부처였다. 그리고 김태균이라는 이름은 켈리에 큰 압박을 준 끝에 보크를 이끌어냈고 그 다음 상황에서는 흔들리던 켈리의 빠른 공을 두들겨 좌월 3점포를 쳐냈다.
비록 4번 이종환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는 등 이날 라인업이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김태균 ‘3번 배치’의 승부수는 기대에 120% 부응했다. 최진행이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3번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화가 계속된 라인업 변경으로 해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일단 이날은 좋은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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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