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의 3일 110구’ 투혼인가 혹사인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8 20: 33

불펜들의 핵심들이 1주일 동안 한화 투수교체와 불펜운영의 모든 것을 책임졌다. 1주일 동안 박정진(39) 윤규진(31) 권혁(32)으로 이어지는 3인방 외에 모습을 드러낸 다른 불펜투수들은 하나도 없었다. 세 선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새로운 필승조 요원을 찾아야 한다는 하나의 과제를 실감한 1주일이기도 했다.
한화는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 불펜 승부수를 걸었다. 선발로 나선 송창식이 4회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리자 70구를 던진 송창식을 3⅔이닝 만에 내리고 일찌감치 불펜을 동원했다. 다음날 휴식일이 있는 만큼 가장 믿음직인 불펜 요원들을 총동원해 이날 경기를 잡겠다는 김성근 감독의 강력한 의지였다.
이번 주에 3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한화였다. 24일과 25일 대전 넥센전이 비로 취소됐다. 그간 체력 소모가 컸던 필승조 불펜요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싫지는 않은 비였다. 23일 대전 넥센전에서 박정진(0이닝 투구수 6개), 권혁(2이닝 34개), 윤규진(⅔이닝 17개) 세 명의 필승 요원으로 승리를 지켜낸 한화는 SK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휴식일이 넉넉했던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26일에는 6⅔이닝을 소화한 선발 미치 탈보트에 이어 박정진(⅓이닝 2개), 윤규진(⅓이닝 15개), 권혁(1⅔이닝 33개)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SK 타선을 완벽 봉쇄하고 영봉승을 거뒀다. 27일에는 4⅔이닝을 던진 안영명에 이어 역시 세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박정진이 1⅓이닝 동안 29개, 윤규진이 ⅔이닝 12개, 그리고 권혁이 1⅔이닝 27개를 던졌다. 하지만 윤규진이 홈런 2방으로 3실점, 권혁이 9회 끝내기 투런포를 맞으며 승리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김성근 감독은 전날의 패배에 대해 “박정진을 너무 빨리 일찍 교체한 것이 패인이 됐다”라고 짚었다. 좀 더 더 끌고 갔어야 했는데 교체 타이밍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그런 교훈이 있었을까. 김 감독은 28일에는 더 독한 교체를 했다. 투구수가 70개로 아직은 더 던질 수 있었던 송창식을 4회 2사에 내리고 박정진을 올린 것이다. 연투에도 불구하고 이날 모두 대기하고 있는 필승조 3명으로 경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다. 박정진은 4회 2사 1,3루 위기에서 윤중환을 2루수 땅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5회는 김연훈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이명기의 희생번트가 땅에 떨어지기 전 잡아 더블플레이를 완성시켰다. 투구수 관리도 잘 됐다. 비록 2-1로 앞선 6회 김성현에게 적시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선발의 못 채운 남은 이닝을 비교적 깔끔하게 책임져주며 후반 승부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6-2로 앞선 상황에서 권혁이 7회 마운드에 올랐다. 7회 이재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는 등 고전했으나 어쨌든 8회까지 1실점을 잘 막았다. 9회에는 윤규진이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 중 권혁은 이날도 50개의 공을 던지며 3일 연속 등판에 총 110구를 던졌다. 최대한 효율을 쫓았다고 볼 수 있지만 혹사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권혁의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는 4월 22일 잠실 LG전으로 54개였다. 그 외 4월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51개, 5월 30일 울산 롯데전에서 50개를 던진 적이 있다. 그러나 세 번 모두 전날 등판이 없어 그나마 체력적으로는 여유가 있었으며 시즌 초반이라고 볼 만했다. 하지만 이날은 한창 무더운 날씨에 3일 연투였다.
물론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는 것이 맞다. 이날의 1승은 향후 포스트시즌 진출과 탈락을 가르는 귀중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한화로서는 최대한 효율을 좇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 요원인 권혁의 구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기록과 육안으로 모두 확인되고 있다. 마냥 효율과 투혼으로 포장하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결국 한화로서는 불펜투수 세 명의 부담을 덜어주는 새로운 얼굴이 점점 더 절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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