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다’ 이용규,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9 06: 52

이용규(30, 한화)의 왼 어깨에는 수술의 흔적이 있다. 수술이나 부상은 선수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단어다. 자신의 경력을 갉아먹는 가장 큰 악재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용규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리고 그 상처에서 얻은 교훈은 생애 최고 시즌을 향해 달려가는 이용규의 야구 인생에 좋은 거름이 되고 있다.
이용규는 올 시즌 한화의 리드오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8일까지 69경기에 나가 타율 3할4푼1리, 95안타, 25타점, 19도루, 출루율 4할1푼8리를 기록 중이다. 최다 안타 부문에서는 박병호(넥센)와 치열한 선두 고지전을 벌이고 있고 도루와 출루율 부문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 중이다. 팬들의 기대치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선수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몸놀림이기도 하다.
4년간 67억 원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용규는 첫 시즌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104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은 2할8푼8리, 12도루에 머물렀다. 수비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이용규의 이름값, 그리고 거액을 투자한 한화의 기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어깨가 아팠다.

이용규는 2013년 말 왼 어깨 회전근 봉합 수술 및 관절와순 정리술을 받았다. 보통 회전근이나 관절와순 증상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에게 나타나는 최악의 증상이다. 야수의 어깨가 이렇게 망가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는 그의 플레이스타일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더 뛰고, 남들보다 몸을 더 날리며,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하고 저돌적 플레이가 남긴 상처였다. 그런 캐릭터는 이용규를 최고 대열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지만 이처럼 큰 시련을 안겨다주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이용규는 원망도, 후회도 없다고 했다. 이용규는 “슬라이딩을 많이 하고 몸을 날리는 내 스타일에서 기인한 부상이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과거를 떠올렸다. 여기에 “부상과 수술을 통해 느낀 것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이용규는 “이제는 필요할 때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다. 수비수들이 베이스를 많이 차지하고 있어 위험성이 있다. 평소에는 다리가 먼저 들어가고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는 머리로 들어간다”고 대표적으로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무작정적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 아닌, 이제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열정’을 조절할 수 있는 노련함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야구인들은 이처럼 머리가 가슴을 제어할 수 있을 때 흔히 ‘야구에 눈을 떴다’라는 말을 쓴다. 어떤 일이든 무리하지 않고도 물 흐르듯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이용규는 부상이라는 아픈 상처에서 점차 그런 법을 터득해가고 있었다.
몸 상태는 좋다. 이용규는 “오히려 지금이 초반보다 더 좋은 것 같다”라며 몸이 다 풀렸음을 공언했다. 물론 아직도 어깨 상태는 답답하다. 이용규는 “통증은 없는데 공이 생각보다 날아가지 않으니 답답한 부분은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올해가 지나면 내년부터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전한 투지와 기량, 더해진 노련미에 완벽한 신체까지 갖춰진 이용규의 위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과거보다는 지금, 지금보다는 내일을 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