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한국의 ‘땅꼬마 가드’ 정성우(22, 상명대, 178cm)가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단단히 보여줬다. 한국B 챌린지팀은 2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KCC와 함께 하는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4일째 경기서 우승후보 러시아에게 73-86로 패했다. 한국B는 1승 2패가 됐다. 러시아는 3연승을 달렸다.
경기 전부터 한국의 대패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러시아는 12명 중 절반이 202cm 이상 장신이었다. 센터를 보는 안드레이 데샤트리코프(220cm)와 아르템 클리멘코(214cm)는 한국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었다. 한국은 높이를 앞세운 러시아에게 12-24로 1쿼터를 크게 밀렸다.

농구에서 키가 크다고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 장신가드들은 한국선수들에 비해 드리블 치는 높이가 높아 볼을 간수하기 힘들었다. 한국선수들은 순발력을 앞세운 강압수비로 러시아 가드들을 압박했고, 실책을 유발했다. 한국의 속공에 러시아도 쩔쩔매기 시작했다.
정성우는 재치 있는 속임 동작으로 러시아 장대숲 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2쿼터 그가 드리블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일명 ‘앵클 브레이커’를 시전한 뒤 터트린 3점슛은 백미였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성우의 활약으로 한국은 2쿼터 후반 30-32까지 점수 차를 좁혔다.
후반전 한국은 선전했지만 패배를 면치는 못했다. 정성우는 13점, 2리바운드, 1스틸, 3점슛 2개로 경기를 마쳤다. 자신보다 20cm 이상 큰 선수들을 상대로 겁 없이 공을 빼앗고 슛을 올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명대 4학년인 정성우는 선배 이현석(23, SK)에 이어 프로지명을 노리고 있다. 그는 178cm로 신장은 작지만 가드로서 발이 빠르고 수비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프로선수 중에서도 이 정도 드리블 실력을 갖춘 선수를 찾기 어렵다. 다만 정성우는 가드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슈팅능력이 다소 아쉽다. 정성우가 프로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점이다.
최근 프로농구에서 개인기가 중시되고 있다. 프로선수들까지 비시즌 스킬트레이닝에 열을 올리고 있다. 1 대 1 드리블로 상대를 제칠 수 있는 선수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서 정성우는 화려한 개인기와 드리블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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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학생체=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