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 잘할 수 있다면 어떠한 훈련도 받을 각오 되어있다".
한화는 지난 29일 1차 지명으로 경희대 내야수 김주현(22)을 지명했다. 한화 정영기 스카우트 팀장은 "15년 전 1차 지명자였던 김태균과 많이 닮았다. 실력과 성격이 비슷하다. 김태균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재목"이라고 기대했다. 김주현 역시 "한화에 1차 지명 받게 돼 영광이다. 김성근 감독님께 직접 야구를 배우고 싶었는데 한화로 오게 돼 좋다"고 기뻐했다.
▲ 실패를 딛고 일어서다

김주현은 1차 지명에 대해 "고등학교 때 실패를 했다. 대학교에서는 절대 실패하지 말고 목표를 이루자고 마음먹었다. 1차 지명으로 목표한 것 이상을 이루게 돼 기쁘다. 뒷바라지한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작년만큼 성적이 안 나와서 1차 지명을 긴가민가했다"고 마음을 살짝 졸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충청도 분들이라 한화를 응원하신다. 나 역시 북일고 출신으로서 한화에 가게 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김주현은 북일고 졸업반 시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실력은 있었지만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 잡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경희대 진학 후 기량을 갈고 닦았고, 대학리그에서 부동의 최고 타자로 거듭났다. 188cm 98kg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김주현은 지난해 21세 이하 대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4번타자를 맡았다. 올해도 다음 달 열리는 광주 유니버시아드에 국가대표 팀에도 발탁됐다.
대학 4년 통산 성적은 74경기 타율 3할4푼리 88안타 5홈런 52타점. 볼넷(45개) 삼진(47개) 비율이 엇비슷하다. 출루율 4할4푼5리, 장타율 5할1푼4리로 OPS 역시 .967. 김주현 "고등학교 시절 프로를 목표로 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부모님께서 속상해하시는 것을 보고 다시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4년의 시간을 대학에서 보내며 실력과 정신적으로 크게 성숙해졌다.
▲ 우상 김태균과 한 팀에서
한화 스카우트팀에서는 김주현을 15년 전 1차 지명한 북일고 김태균과 비교하고 있다. '포스트 김태균'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대해 김주현은 "이렇게 봐주시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굉장히 기분이 좋고, 그 역할을 하고 싶다"며 "사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평가로 인해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균 선배님 위치가 되는 날까지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같은 북일고의 대선배이기도 한 김태균은 김주현에게 우상과 다름없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김태균 선배님이 학교에 찾아오신 적이 있다. 프로 입단해서 선배님과 같이 훈련하면 신기할 것 같다. (같은 1루 포지션에서) 당장 김태균 선배님과 경쟁한다는 생각보다는 많이 배우고 연차가 쌓이면서 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균이 우상이라면 롤 모델은 최형우(삼성) 쪽에 가깝다. 같은 좌타자이기 때문이다. 김주현은 "최형우 선배님을 많이 따라하려는 게 있다. 타격폼도 비슷해서 롤 모델로 삼게 됐다"고 했다. 주 포지션은 1루수이지만 고교 시절부터 외야를 꾸준하게 본 만큼 자신이 있다. "외야에 나가면 내 자리처럼 할 수 있다. 크게 불편한 것 없이 외야와 1루를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 김주현의 말이다.
▲ 김성근 감독 훈련 각오됐다
한화 정영기 스카우트 팀장은 "김주현은 체격 조건이나 몸 상태가 좋다. 김성근 감독님의 강훈련을 받을 수 있는 몸이다"고 평가했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으로 악명 높다. 하지만 김주현은 "어렸을 적부터 훈련을 힘들게 생각한 적 없다. 야구만 잘할 수 있다면 어떠한 훈련도 받을 각오가 되어있다"며 의젓하게 답했다.
김주현은 김성근 감독에게 꼭 야구를 배워보고 싶었다. "한화에 지명되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중학교 때부터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감독님의 말씀들이 인상 깊게 왔다. 감독님 밑에서 죽어라 야구만 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든다"는 것이 김주현의 솔직한 속내다.
차세대 4번타자이자 포스트 김태균으로 김주현을 바라보는 한화팬들의 기대도 크다. 김주현은 "앞으로 한화에 입단해서 기대에 걸맞게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해는 것을 넘어 잘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실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김주현은 준비돼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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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