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너무 재미있다".
KIA 신인 외야수 김호령(22)의 수비는 정평이 나있다. 지난 28일 광주 두산 경기에서 김호령은 몇 개의 호수비를 보여주었다. 0-1로 뒤진 2회초 선두타자 양의지의 우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잡아냈다.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말 2사 1,2루에서 허경민의 땅볼 안타때 득달같이 달려와 2루 주자의 홈인을 막았다. 그리고 최주환의 안타성 타구도 잽싸게 걷어내고 승리를 결정지었다.
폭풍질주를 앞세운 폭넓은 수비가 일품이다. 타구 판단력이 좋고 순간 반응 뛰어나 용수철 처럼 튀어나간다. 마지막 스퍼트가 좋아 어려운 타구도 쉽게 잡는다. 어떤 타구도 빠른 발을 앞세워 쫓아가는 끈질긴 수비력도 보여준다. 김기태 감독이 안타 생산량이 적어도 그를 중용하는 이유이다. 대학시절부터 수비력은 인정받았다.

그런데 김호령은 "아직은 (수비를)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비의 비결은 따로 없다. 몸이 그렇게 반응한다. 물론 타격하기전 여러가지 수비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맞는 순간 타구 방향에 따라 움직이며 미리 생각한 대로 한다. 아무래도 발이 빠른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꼴찌 바로 윗번(102번)으로 낙점 받았다. 103번 지명 선수가 대학에 진학해 사실상 꼴찌이다. 그래서 김호령이 1군 무대에서 활약하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김호령도 "작년 입단했을때 내가 1군에서 1경기라도 뛰어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11월) 일본의 마무리캠프에 합류했을때도 (자신을 보는) 감독님의 눈빛을 의식하긴 했지만 선배들이 많아 기회가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50경기를 치르면서 김호령의 가장 큰 고민은 타격이다. 타율 2할3푼5리에 그치고 있다. 컨택능력이 떨어지고 선구안이 부족해 변화구에 헛스윙 하기 바쁘다. 요즘에는 이런 약점이 도르라지면서 최근 10경기 안타는 고작 3개였다. 대학시절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타격을 끌어올려야 한다. 빠른 발을 앞세운 기습번트 능력도 키워야 하는 대목이다.
6월 28일 두산 장원준과의 대결에서 생소한 장면도 있었다. 투스트라이크 인데도 계속 기습번트 동작을 취하다 타격했다. 김호령은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감독님이 시킨 것이다. 얼른 타격이 좋아져야 한다"면서 웃었다. 얼마나 타격이 시원치 않았으면 감독이 이런 상황까지 연출시켰을까라는 자책이 얼굴표정에서 드러났다.
김호령은 삼진이 많다. 트라우마에 걸릴 정도이다. 50경기에서 145타석을 소화하면서 46개의 삼진을 당했다. 거의 세 타석마다 한 개 씩은 삼진을 먹고 돌아선다. 이유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이 아직 모자라기 때문이다. 좀처럼 아마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변화구에 속수무책 당했다.
그래서 타격폼에 변화를 주었다. 김호령은 "처음에는 왼 발을 들고 타격을 했는데 변화구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최근에는 왼발을 땅에 콕 찍어 놓고 타격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조금씩 변화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멀었지만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면 변화구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벽을 넘지 못한다면 좋은 타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부단한 훈련과 타석 경험, 그리고 수읽기를 통해 기량을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 김호령은 "처음에는 야간경기가 어려웠다. 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 계속 경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늘었다. 열심히 하면 타격도 늘어날 것이다"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호령은 매일 누구보다 일찍 야구장에 나오고 늦게 퇴근하면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벽은 체력이다. 신인들에게 여름은 지옥이다. 체력이 강한 김호령도 "이제부터는 여름이다.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자려고 노력한다. 함평 훈련장에서 다니는데 야간경기 끝나고 가면 좀 힘들지만 거기서 자면 잘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성인이면 독립해서 생활하는데 김호령은 훈련 시설과 먹거리가 좋은 함평 훈련장이 아직은 좋다.
요즘 김호령의 인기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얼굴은 훈남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탄탄한 플레이에 김호령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그는 "야구장에서 관중분들이 내 이름을 크게 불러주신다. 그때마다 기분이 좋다. 야구장이 나오는 것이 즐겁고 야구도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인이기 때문에 아직은 큰 목표는 없다. 다치지 않고 1군에 붙어있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목표를 말했다. 특유의 어색한 웃음이 오히려 친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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