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강백호를 보는 듯했다. 정효근(22, 전자랜드)이 한국을 다 죽였다가 살렸다.
이민현 감독이 지휘하는 유니버시아드 농구대표팀은 30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KCC와 함께하는 2015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러시아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96-91로 승리했다. 4연승을 달린 한국은 러시아(3승 1패)를 따돌리고 대회 우승을 확정지었다.

4쿼터 막판 한국은 3점을 앞선 상황에서 정효근이 자유투 2구를 얻어냈다. 정효근이 2구 중 1구만 넣어도 사실상 한국이 승리를 굳히는 상황. 그런데 정효근은 2구를 모두 놓쳤다. 한국은 곧바로 동점 3점슛을 얻어맞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미안한 마음에 정효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국은 연장전에서도 4점까지 앞섰다가 다시 3점슛을 얻어맞았다. 종료 직전 러시아의 동점 레이업슛이 터지면서 승부가 2차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2차 연장전 시작과 함께 정효근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골밑슛을 넣은 그는 다시 골대로 달려들어 슬램덩크를 터트렸다. 정효근은 자유투를 얻었다. 이만하면 러시아 선수들도 정효근에게 파울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정효근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 파울을 얻자마자 한 번 연습을 했다. 공이 튕겨 나오자 관중들이 폭소를 자아냈다.
정효근은 보란듯이 자유투 2구를 모두 넣었다. 2차 연장전에서만 7득점을 몰아친 정효근의 활약으로 한국은 러시아를 꺾고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정효근은 15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모든 득점이 4쿼터 이후에 나왔다. 그야말로 정효근 덕에 심장이 쫄깃한 경기였다.
경기 후 만난 정효근은 “졌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다. (이)동엽이가 잘하고 (강)상재가 잘해줬다. 연장전 가서 다같이 해서 이겼다. 다른 경기보다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4쿼터 결정적 자유투 2구 실패에 대해서는 “처음에 안일하게 생각했다. ‘들어가겠지’ 하고 쏘고 2개를 못 넣고 흔들렸다. 다음에 넣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반성했다. 연장전서 터트린 덩크슛에 대해서는 “날 막을 때 매치에서 자신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양대 3학년만 마치고 프로에 뛰어든 정효근은 부쩍 성장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많이 도움이 됐다. 대학리그보다 큰 물에서 놀 수 있었다. 신인인데 형들이 엄청난 시즌을 맞은 것이라고 했다. (전자랜드가) 파이널까지 갔다면 좋았을 것이다. (대학교에서) 일찍 나와서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유니버시아드대회 목표를 물었다. 정효근은 “여태까지 U대회 상위리그에 진출했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상위리그에 가서 엄청 깨지더라도 캔자스대와 붙어보고 싶다”며 당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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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학생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