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제 감독 "'소수의견', 법정판 '미생'과 같아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7.01 17: 01

약 2년 만이다. 영화 '소수의견'이 만들어지고 대중을 만나기까지,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배급 시기를 놓고 제작사와 배급사의 의견이 엇갈려 이렇게 미뤄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모티브를 따온 소재가 소재인만큼, 영화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썰'들이 심심찮게 돌기도 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관객들을 만나게 됐으니 그 기쁜 심정이야 당사자가 아닌 이상 진심으로 헤아릴 수 있을까. 소감이 남다르겠다며 건넨 첫 마디에 '소수의견'을 만든 김성제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영화 홍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배우들을 보며 아직 끝난게 아니구나 느끼고 있단다.
말은 이렇게 해도 오랜 시간 끝에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니, 감독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게다가 김성제 감독은 감독으로서 데뷔하기까지에도 우여곡절을 겪은 감독이다. 영화 '혈의 누' 각본을 쓰고는 이후 작품 활동이 없으니, 꼬박 10년 만이다. 그런 작품에 대한 애정은 상당할터. 그런데다가 작품에 대한 평도 좋아 더할나위 없는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 전반에 깔린 유머가 평이 좋다.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정말 좋았다는 기자의 말에 법원을 소재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지 않냐며 '소수의견'을 '미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김성제 감독은 이번 '소수의견'을 통해 자신이 감독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은 듯 보였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강화시키며 '유머를 잃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김성제 감독의 포부였다.
다음은 김성제 감독과의 일문일답.
- 개봉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 개봉 전날 아침까지는 '이제 모든게 끝났다. 내 손을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 트위터를 끊은 김의성이 트위터를 다시 시작한거보면서 마음이 짠했다. 나는 저런 형들한테 귀염받는 후배구나, 그런 기분들이 들면서 아직 안 끝난 것 같다(웃음).
- 영화를 둘러싸고 정치적인 논쟁도 있다.
▲ 아쉽지만 어떻게 하겠나. 그런 관점이 오해일 수도있고 그렇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바라보겠지. 우리 영화 역시 입장 차이에 대한 이야기다. 각 캐릭터의 입장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지 않나. 그런 것처럼 그렇게 보고 싶은 그룹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는 입장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영화에 대해서 소개를 조금 해준다면.
▲ 내 영화의 동시상영을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로 해줬으면 좋겠다. '소수의견' 시나리오를 쓸 때 '부당거래'를 봤는데 내 영화의 또 다른 모티브는 '부당거래'였다. 류승완 감독은 그가 잘하는 범죄액션영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현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 윤계상이라는 배우의 캐스팅 이유가 궁금하다.
▲ 윤계상이라는 배우한테 느낀건 그가 가지고 있는 청년의 표정이 좋았고 그 표정이 맑고 화사한 것이 아니라 어두운 그늘도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도 청년의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윤계상을 만나기 전에 그가 했던 인터뷰를 보고 필모그래피도 봤는데 쩌리가 쩌리를 알아본거라고나 할까. 열패감에 사로잡혀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윤계상의 갑옷은 친절함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정중함은 갑옷 같았다. 게다가 윤계상은 술도 안 마셔서 그 갑옷을 벗기기도 힘들다. 나는 god인 배우 윤계상이 좋다. god로 정점을 봤던 사람인데 이상을 찾아서 배우가 되려고 하는데 잘 안 풀리고 그런 열패감이 있지 않았겠나. 술 자리에서 내가 겪었던 밑바닥의 감정을 이야기 했고 윤진원이라는 캐릭터가 나와 닮았다고 말하면서 너와 닮지 않았냐고 말을 했다.
- 유해진이 맡은 캐릭터의 유머러스함이 가장 좋았다.
▲ 인생이 진지하면 죽는다. 매일 절망이면 죽는거다. 이 영화로 폼을 잡긴 싫었다. 비극적이고 무거운 소재이긴 하지만 이걸 가지고 오버하고 싶진 않았다. 이 영화 속 인물들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지않나. 말 그대로 '미생'인거다. '미생'에서도 원 인터내셔널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것이지 않나. 우리도 법정이 아니라 사람들이 중요한 거다.
-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 '소수의견' 만큼 웃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소수의견'을 만들고나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칭찬해주는건 한편으로는 너무 폼 잡지 않은 것에 대한 칭찬인가 싶었다. 폼 잡지 않으면서 재밌게 만들고 흥미롭게 만들었다는 평을 해주시는 것 같았다. 다음엔 뭘 할진 모르겠지만 그런 칭찬을 해준다면 나의 장점을 강화하는게 빠르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걸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게 나을 것 같다. 그 부분에서 만큼은 내가 만들려는 소재와 인물들에 집중하고 잘 들여다봐서 가짜같지 않게 잘 만들면서 이야기는 그때그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유머를 잃지 않는 영화를 하고 싶다. 절망적인 이야기를 해도 유머를 잃지 않은 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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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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