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교체 한도(2회)를 다 쓴 두산 베어스가 비로소 외국인 선수 덕을 보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팀의 선두 도약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두산은 올해 다른 팀에 비해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다. 잭 루츠는 거의 보여준 것이 없이 짐을 쌌고, 유네스키 마야도 노히트노런 이후로는 부진만 반복했다. 더스틴 니퍼트도 3승 3패, 평균자책점 4.67로 성적이 썩 좋지는 않은데다 지금은 1군 엔트리에도 없다.
하지만 팀에 주어진 두 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한 뒤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데이빈슨 로메로, 앤서니 스와잭은 전임자의 그림자를 빠르게 지워나가고 있다. 니퍼트까지 제 위치로 돌아오면 팀 전체가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다.

로메로는 자신감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아직 KBO리그에 데뷔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적응이 끝났다고 자신하고 있다. 잠실에서 첫 홈런을 쏘아 올렸던 지난달 23일만 하더라도 적응 중이라고 했지만, 지난 1일 잠실 LG전에서 투런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1볼넷 4타점을 올린 뒤에는 “한국에 와서 매일 뛰며 투수의 공에 거의 100% 적응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확실히 적응 속도가 빠르다. 미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유형인 우규민을 만났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로메로는 경기 후 “한국에서 사이드암 투수들을 몇 번 만나고 구종이나 코스에 대한 감을 잡았다. 매 경기 믿고 써주시는 감독님께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입단 초엔 타율이 낮았지만, 이제는 2할7푼9리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21경기에서 22타점을 쓸어 담아 4번이라는 자리에 맞는 성적표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와잭 역시 벌써부터 한국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했다. 지난달 24일 잠실 SK전에서는 첫 2이닝에 5실점했지만, 1일 잠실 LG전에서는 4개의 실책(자신의 견제 실책 2개 포함)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6이닝 3실점(1자책)하고 버텼다. 승리투수가 된 그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는 것이 야구다. 실책이 많았지만 투수로서 내 임무인 땅볼을 만드는 것과 삼진을 잡는 것에 집중했다”고 이야기했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스와잭이 첫 선발 등판을 하기 전 그에 대해 “선발로 던지다 보면 여러 가지 구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스와잭은 첫 선발 경기에서 초반 단조로운 승부를 하다 공략 당했고, 이후 패턴을 바꿔 여러 구종을 활용했다. 첫 승을 올린 뒤에도 스와잭은 “(첫 선발 때) 2이닝을 던진 뒤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선발 보직이 한국행 이유 중 하나라고도 했을 만큼 스와잭은 선발 애착이 강하다. 첫 승 과정에서 보여준 다양한 공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포심과 투심, 커터를 모두 구사하며 변화구도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까지 여러 가지를 던진다. 스와잭은 “내 슬라이더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커터 같은 공이고 다른 하나는 각이 큰 슬라이더다”라고 언급했다. 피하지 않는 적극적인 승부도 돋보인다. 12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은 2개가 전부다.
스와잭과 로메로는 많이 다르다. 국적이나 피부색도 다르고, 각각 투수와 타자라는 점도 차이다. 성격에 있어서도 스와잭은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유쾌함도 지닌 반면 로메로는 아시아 야구를 배우고 싶다고 했던 발언이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할 정도로 진중하다. 하지만 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둘의 가장 뚜렷한 공통점이다. 전임자들과 다른 기량으로 벌써 눈도장을 받은 이들에게서 대박의 조짐도 조심스럽게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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