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한 자리가 빈 kt가 새 외국인 물색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됐던 외국인 타자 추가 선발 가능성은 낮아졌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젊은 투수들의 어깨를 보호할 투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닝이터 투수를 최우선에 두고 움직일 전망이다.
kt는 지난 5월 27일 창단 외국인 선수 중 하나였던 필 어윈(28)을 웨이버 공시했다. 당초 kt가 내심 에이스감으로도 기대를 걸었던 어윈은 올 시즌 세 차례나 2군에 내려가는 진통 속에 12경기에서 1승7패 평균자책점 8.68에 그쳤다. 피안타율은 무려 3할7푼2리에 이르렀고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1.98까지 치솟을 만큼 사실상 낙제점이었다. 이에 비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2번에 불과했다.
오히려 성적만 놓고 보면 늦은 퇴출 수순이라는 평가도 있을 정도다. 마지막까지 반등에 기대를 걸었지만 허사였다. 이로써 kt는 올 시즌 앤디 시스코에 이어 어윈까지 퇴출되며 쉽지 않은 외국인 농사를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시스코를 대신해 영입한 댄블랙이 대박 조짐을 보이며 팀 타선에 큰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잘 선발한다면 승률 3할5푼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타자를 뽑아 재미를 봤던 만큼 일각에서는 “또 타자를 뽑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이 비교적 무게감 있게 돌았다. kt는 젊고 잠재력이 있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한편 화끈한 공격 야구로 잡을 경기를 확실히 잡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 영입은 ‘kt=공격적인 팀’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비록 크리스 옥스프링이 등판하는 날은 한 명이 쉬어야 하지만 어차피 외국인 선발은 5일에 한 번 나선다는 점에서 팀 공헌도는 비슷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대해 kt 실무진도 가능성 자체는 아예 부정하지 않았던 편. 하지만 조범현 kt 감독은 선발투수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당장의 팀 승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면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갈 수 있는 외국인 선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효율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젊은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에 너무 많이 던지면 안 된다. 그래서 외국인 선발이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이 많은 kt 마운드는 이닝 소화에도 세심히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투구이닝이 급격하게 많아지면 자연히 어깨나 팔꿈치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9회까지 해야 할 야구의 특성상 선발이 무너지면 여러 선수들이 남은 이닝을 나눠 들어야 한다. 불펜 소모가 극심해진다. 경험 보강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100%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kt는 지난해 2군 리그에서 있으면서도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썼다. 시스코, 그리고 올해를 앞두고 재계약에 실패한 마이크 로리였다. 당시에도 조 감독은 비슷한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옥스프링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정대현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3~5 선발은 확실한 선수가 없는 kt 사정에서 외국인 투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현장의 생각이다.
타선에 대한 자신감도 이런 선발 기조를 뒷받침한다. kt는 올 시즌 몇 차례의 트레이드를 통해 장성우 하준호 윤요섭 박용근 오정복 등 야수들을 보강했으며 외국인 투수 하나를 타자로 대체했다. 그 결과 폭발력이 살아나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 kt는 2할9푼의 팀 타율을 기록해 리그 3위에 올랐으며 팀 홈런에서는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선보였다. 초반 부진했던 베테랑들의 컨디션도 오름세라 적어도 ‘치는 야구’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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