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서 백조가 될 수 있을까?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루카스 하렐(30)이 시즌 16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다. LG는 2일 잠실 두산전 선발투수로 루카스를 예고했다.
루카스의 올 시즌 성적은 16경기(15경기 선발 등판) 78⅔이닝 4승 6패 평균자책점 5.26. 피안타율 2할7푼7리로 규정이닝을 소화한 선발투수 중 네 번째로 높고,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1.73으로 가장 높다. 숫자에 나타나는대로 안타도 많이 맞고 볼넷도 많이 내주며 고전 중이다. 이닝당 투구수 역시 20.2개로 리그 1위. 대부분의 마이너스 지표에서 최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LG가 루카스에게 바라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다. 막강한 구위를 앞세워 쉽게 땅볼을 유도,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는 것을 원했다. 변화가 심한 패스트볼을 지니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선 크게 떨어지는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는 장면도 기대했다. 루카스에게 90만 달러를 투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2월 루카스가 처음으로 LG 유니폼을 입고 실전에 나선 주니치와 연습경기 2회까지만 해도 그랬다. 당시 루카스는 주니치 타자들의 무릎 근처로 로케이션을 형성하며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경기를 지켜본 이병규(9번)는 “좋은 투수가 온 것 같다. 이 정도 구위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루카스는 3회부터 제구가 흔들렸고,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며 점수를 내줬다. 최종성적 3이닝 2피안타 3볼넷 2실점. 3회가 옥의 티였지만, 스프링캠프인 만큼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루카스의 모든 경기가 이렇다. 한 번 제구가 어긋나면 볼넷을 반복되면서 와르르 무너진다. 마운드 위에서 좀처럼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상대 타자에게 자신이 위축되어 있음을 크게 알린다. 이대로라면 LG는 한 장 남은 외국인 교체카드를 사용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월별 성적을 보면 조금씩 발전 중이다. 루카스의 3, 4월 성적은 6경기 30이닝 2승 3패 평균자책점 6.90. 5월 성적 5경기 28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5.14, 6월 성적 5경기(1경기 불펜등판) 20⅔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3.05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수비 실책이 나와도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마운드 위에서 동요하는 모습도 줄어들었다. 스스로 위기임을 느낀 듯, 생존하기 위해 변하고 있다. 최근 선발 등판이었던 6월 26일 잠실 NC전서도 내야진이 실책을 반복했으나, 5이닝 7탈삼진 1실점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LG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선발진 평균자책점 3.81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6월 성적 13승 10패. 선발진을 앞세워 반등의 첫 단추를 맞췄다. 소사 류제국 우규민이 선봉장에 서고, 루카스와 임정우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6월보다 나은 7월을 보낼 수 있다. LG는 지난해에도 코리 리오단이 대반전을 이루면서 마운드 전체가 상승기류를 탔다. 올해는 루카스가 반등의 주역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루카스는 올 시즌 세 차례 두산전에 등판, 세 경기 모두 고전했다. 4월 11일 첫 만남에선 6이닝 5실점, 5월 5일 어린이날 클래식매치에선 4⅓이닝 6실점, 6월 9일에는 4이닝 4실점(3자책)으로 두산만 만나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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