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출발 노경은, 슬픔 씻고 부활하라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7.04 13: 06

노경은(31, 두산 베어스)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됐다. 팀과 자신 모두를 위해 심신의 완전한 회복이 필요하다.
지난 2일 잠실 LG전을 통해 복귀전을 가졌던 노경은은 ⅓이닝 2피안타 2실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하루 전 퓨처스리그에서 1이닝 2탈삼진 퍼펙트하며 세이브를 올려 좋은 피칭이 기대됐으나, 1군에 돌아와 처음 오른 마운드에서 2-2 접전 상황에 2루타 2개를 맞고 흐름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에 김태형 감독도 시간을 더 주기로 결단을 내렸다. 3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어제부터 투수코치와 상의해 (말소를) 결정했다. 기약은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그가 복귀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1군 등록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다소 상반되는 이야기였다.

사실 노경은은 1군에 다시 등록됐던 2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돌아온 노경은에 대한 취재진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온 노경은도 아팠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경황이 없었다”는 말부터 꺼낸 노경은은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왔을 때부터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몸을 만들러 이천으로 갔을 즈음에 어머니가 허리를 다치셨는데 검사를 받아 보니 유방암이 전이되어 허리까지 아프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사가 5년 정도밖에 사실 수 없다고 했는데, 처음엔 아버지한테도 말씀을 안 드렸다. 말기 환자들도 암인지 모르면 오래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다른 의사가 알리는 게 낫다고 해서 나중에 어머니도 아셨고, 그때 많이 실망하셨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는 뚜렷하지 않았다. “산소 호흡기를 꽂고 계셔서 어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야기하는 것은 다 들린다고 하셨다. 이제 막 잘 해보려고 했는데 (호투하는 것을 보여드리지 못해) 그게 아쉽다”며 노경은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성장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는지 묻자 그때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다 기억 난다”고 짧게 답할 뿐이었다.
노경은은 모친의 유해를 故 최동원 전 감독이 있는 곳에 안장했다. “최동원 선배님이 계신 곳에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는 내가 야구를 하면서 힘들어하는 걸 싫어하셨다. 나는 몰랐는데, 가족들한테는 내가 야구를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셨다더라”고 말할 때는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 보이기도 했다.
“이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웃으면서 경기하겠다”고 했던 노경은이지만, 아직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아 보인다. 노경은에게 어머니란 누구보다 특별했던 존재였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힘겨워하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침체되어 있어선 안 된다. 코칭스태프가 여유를 준 만큼 아픔을 씻고 초심을 되찾아 마운드 위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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