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승리 아이콘’에서 올해는 ‘불운 아이콘’으로 전락한 트래비스 밴와트(29, SK)에 대해 소속팀 SK가 마지막 도리를 한다. 치료 과정을 모두 책임지며 예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밴와트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선수다. 두 차례나 타구에 맞았고 그 중 한 번은 올 시즌을 날리는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 밴와트는 4월 16일 인천 넥센전에서 박병호의 타구에 오른쪽 복사뼈를 받아 한 달 이상 1군에서 제외됐다. 그나마 당시에는 골절이 발견되지 않아 다행이었는데 1일 인천 kt전에서는 그런 행운도 따르지 않았다.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정복의 타구가 밴와트의 몸쪽으로 향했고 손 쓸 새도 없이 타구가 오른쪽 손목 부위를 강타했다. 즉시 병원으로 이동한 밴와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오른쪽 손목 위 팔뼈가 골절됐다는 진단. 다음 주 추가 정밀검진이 예정되어 있지만 일단 골절은 확인이 됐다. 뼈가 붙는 데만 4~6주 정도가 걸리고 근력을 다시 만드는 시간까지 합치면 최소 두 달 이상 결장이 불가피하다.

밴와트는 7월 이후의 모습이 큰 기대를 모으던 선수였다.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인 밴와트는 지난해 7월 한국에 와 11경기에서 9승을 쓸어 담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올해도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첫 번째 부상이 그 상승세를 더디게 했고 두 번째 부상은 치명타가 됐다.
이에 밴와트는 교체 수순을 밟는다. SK의 한 관계자는 “설사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2~3달을 기다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SK는 현재 밴와트를 대신할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기 위해 레이더망을 총동원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의 ‘AAAA’급 선수들은 현재 MLB 로스터 확장을 기다리고 있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은 시점이다. 이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영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SK는 밴와트의 치료 과정을 모두 책임지며 구단이 할 수 있는 도리는 다하기로 결정했다. 당연한 일이라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향후 검진 등 치료 절차는 구단이 주도적으로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밴와트 또한 당분간은 한국에 머물며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다. 다른 관계자는 “뼈가 부러진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쉬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아마 어느 정도 치료가 마무리되면 미국으로 떠날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사실상 올 시즌은 더 활용할 수 없는 교체 대상이지만 매몰차게 내쫓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부상이 밴와트의 부주의가 아니라는 점, 지난해부터 올 시즌까지 팀을 위해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 등도 고려됐다. 또한 SK가 밴와트와의 인연을 아예 마무리 지은 것도 아니다. 올해는 새 외국인이 밴와트의 자리에서 뛰겠지만 상황이 맞아 떨어질 경우 밴와트는 내년 SK의 외국인 투수 후보가 될 수 있다. 아직 SK와 밴와트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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