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이야기는 안 하고 싶어요."
SK 와이번스 이재원이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 팀을 구했다. 이재원은 3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에 포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포수마스크를 썼던 경기(.309)가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경기(.298)보다 타율이 높았던 이재원은 5타수 3안타 4타점 1홈런 1볼넷으로 기분 좋게 승리를 이끌었다. 연장 12회 터진 홈런은 시즌 8호 홈런이자 이날 SK를 8-7 승리로 이끈 홈런이었다.
1회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로 타점을 신고한 이재원은 4-6으로 끌려가던 8회 동점 2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7-7로 맞선 연장 12회초에는 심수창의 포크볼을 받아쳐 결승 솔로포를 작렬했다. 타격 만으로는 흠잡을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그런데 경기 후 이재원은 홈런에 대한 기쁨보다 투수리드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좋은 타격성적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고 싶어했고, 대신 포수로서 대량실점을 한 것에 대해 계속해서 자기 반성을 했다. "그(홈런) 이야기는 안 하고 싶다"는 게 이재원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이날 SK는 1회초 린드블럼을 두들겨 먼저 4점을 냈지만 4회말 적시타를 하나도 안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내야 수비가 흔들렸고, 운도 조금은 따르지 않았다. 7회말 황재균에게 역전투런을 맞은 SK는 8회초 반격에서 3점을 올리며 경기를 뒤집었지만, 다시 8회말 박종윤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재원은 결정적인 순간 허용한 홈런 두 개에 자책했다. "투수들에게 미안하다. 특히 (윤)길현이 형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7회 문광은이 황재균에게 허용한 투런홈런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맞았지만, 8회 윤길현이 박종윤에게 맞은 동점 솔로홈런은 1볼 2스트라이크 유리한 상황이었다. 박종윤을 잡기 위해 유인구로 커브 사인을 냈는데, 이게 박종윤 방망이 스윗스팟에 걸리면서 담장을 넘어가고 말았다.
SK 주전포수는 정상호, 그리고 이재원은 체력배분을 위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비록 지명타자로 나가는 경기가 더 많지만, 포수 이재원 역시 계속해서 성장을 하고 있다. "볼 하나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다." 좋은 포수들이 항상 가슴에 새기는 말을 이재원은 다시 한 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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