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사직 경기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나 지켜보는 팬들이나 모두 힘들었다. 엎치락뒤치락 승부의 추가 계속해서 흔들렸고, 연장 12회말까지 가는 혈투가 벌어졌다. 승자는 SK, 이재원의 연장 12회 결승 솔로포로 승리를 따냈다.
4일 경기를 앞두고 SK 선수들은 어려운 경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SK는 경기에서 이긴 다음 날 훈련에 앞서 외야에 모여 전날 경기의 수훈선수에게 갈채를 보내는데, 3일 경기에서 활약이 크지 않았던 내야수 나주환과 김연훈이 동료들의 박수를 흠뻑 받았다.
박수를 받았던 선수들은 고생했던 투수들과 12이닝 마스크를 쓴 이재원, 3안타를 친 이명기와 조동화, 그리고 대타로 나와 타점을 올린 윤중환 등이다. 여기에 맨 마지막에 박수를 받는 선수가 진짜 주인공이다. 보통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가 받는데, 2타수 무안타 나주환과 1타수 무안타 김연훈이 주인공이 됐다. 주장 조동화 덕분이다.

사연은 이렇다. 연장 12회 경기는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그런데 나주환과 김연훈은 출전시간이 짧았음에도 끊임없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고 한다. 조동화는 “외야에서 수비하는데 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주환과 김연훈은 더그아웃 분위기가 처질 때면 봉황대기 응원하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어제 모든 선수들이 고생했지만, 벤치에서 누구보다 파이팅을 불어넣은 두 선수가 주인공”이라고 설명했다.
나주환과 김연훈 모두 팀 승리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나주환은 “중요한 경기였고 경기에서 먼저 빠졌지만 계속 그라운드에 남아 있는 형과 동생들이 고생하니 힘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서 목청껏 응원했다. 지금 컨디션은 좋은데, 아픈 곳이 있다면 (응원하느라) 목이 너무 아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연훈 역시 “타자들은 매 타석 집중해서 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투수들은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길 바라며 응원했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와 벤치에 있는 선수가 따로 나뉘어 있는 건 아니다. 하나 된 마음으로 승리를 염원하면 경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벤치에서도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선수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SK는 37승 37패 1무로 6위를 기록 중이다. 그렇지만 SK 선수들은 성적보다는 분위기가 훨씬 좋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어떻게든 팀을 돕겠다는 팀워크가 모인다면 팀은 점차 단단해진다. 부상자가 하나 둘 나오면서 고전을 하고 있는 SK가 선수들의 마음을 모아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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