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이 강해야 팀이 강해진다. 역대 우승팀들은 화려한 선발 라인업 외에도 뒤에 숨겨진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경쟁자보다 더 많은 승리를 가져갔다.
그래서 모든 감독들은 끊임없이 수준급 백업 선수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기량을 유지시키기 위해 애쓴다. 백업 야수는 그라운드의 파트타임 직종이지만, 경기 후반 핵심 백업 선수들의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한 베이스를 언제든 훔칠 수 있는 대주자, 내야에 높은 벽을 쌓아줄 수 있는 대수비가 있으면 1점 싸움을 할 때 든든해진다.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대주자의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염경엽 감독(넥센 히어로즈)은 역대 최고의 대주자로 삼성의 황금기를 이끈 백업 중 하나인 강명구를 언급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유재신을 꼽았다. “과거에는 강명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재신이가 제일 나은 것 같다.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다”라는 것이 염 감독의 설명.

유재신의 경우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이들은 베이스 러닝이라는 한 가지 재능이 크게 부각된 케이스다. 여기에 수비력과 작전수행 능력까지 갖추면 가치가 올라간다. 염 감독은 좋은 백업선수의 조건으로 “대수비와 대주자를 같이 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 포지션이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번트도 잘 대야 한다”며 세 가지를 강조했다.
멀티포지션 능력은 염 감독이 특히 강조한 부분이다. 그는 “내가 (1군에서) 야구를 10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비 포지션 3개(유격수, 2루수, 3루수)를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허경민(두산)이나 복귀 준비 중인 조동찬(삼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수비, 주루와 더불어 타격에서도 기대치가 있다.
수비력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기준점은 주전 선수의 수비력 그 이상이다. 염 감독은 “주전보다 수비가 좋아야 한다. 그래야 대수비로도 출전할 수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번트 능력에 대해서는 “중요할 때 번트를 해야 하는데, 상대가 알아도 성공시킬 수 있는 번트 기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팀이 언제든 내보낼 수 있는 백업선수로 손색이 없다. 이런 선수들이 타격까지 잘 한다면 주전감이다. 하지만 타격 자질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위에 열거한 세 가지만 잘 연마하면 오래도록 야구를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발도 빠르면 좋겠지만 수비와 번트 능력만 있어도 어느 정도의 출전은 보장될 수 있다.
염 감독은 끝으로 “9명만 좋아서는 우승할 수 없다. 포스트시즌은 짧으니 가능할지 모르지만 페넌트레이스는 27명 모두 쓰임새가 있고 좋아야 한다. 지금 삼성이나 (옛날) 현대, 해태는 다 가지고 있었다”며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백업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역사가 말해주듯 탄탄한 백업은 우승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백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보다 더 뛰어난 주전이 버티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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