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 타선, SK 외국인 선발 딜레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05 13: 31

SK 타선이 좀처럼 시원하게 터지지 않고 있다. 타격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곳곳에서 끊기는 모습이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부진, 천적 상대 등 이유도 다양하다.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성적으로는 투수인데, 감성적으로는 꼭 그렇지가 않다.
SK는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2-7로 졌다. 경기 초반까지는 대등한 싸움을 벌였지만 경기 중반 힘 싸움에서 버티지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방망이의 문제였다. 롯데 타선이 짐 아두치의 역전 투런을 시작으로 응집력을 과시한 것에 비해, SK는 최정과 정상호의 홈런 이후 단 1점도 내지 못하며 롯데 불펜을 공략하지 못했다. 이로써 SK는 또 다시 3연승에 실패했다.
승률 5할 언저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SK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연승이다. 3~4연승 한 번이면 순위표에서 쭉쭉 치고 나갈 수 있다. 선수단에 주는 심리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SK는 지난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연승을 기록한 뒤 단 한 번도 3연승 행진을 달리지 못했다. 패배의 탓을 타선에만 돌릴 수는 없지만 공교롭게도 3연승 실패에는 대개 타선의 침묵이 그 가운데 있었다.

3연승 기회였던 5월 21일 인천 한화전에서는 1점, 6월 9일 인천 NC전에서는 2점, 6월 14일 인천 롯데전에서는 무득점, 6월 19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3점, 6월 26일 인천 한화전에서는 무득점, 그리고 4일 롯데전에서도 2점에 그쳤다. 마운드는 타선의 지원을 기다리다 결국 제풀에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타선의 문제는 뒷심 부족으로도 이어진다. 마운드가 잘 버텨도 타선이 지원하지 못하면 경기를 뒤집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SK는 올 시즌 선취점을 내줬을 때 10승29패1무(.256)으로 리그 9위이며 역전패가 가장 적은 반면 역전승은 13승에 불과하다. 리그 8위다.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는 2승28패로 리그 꼴찌,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는 3승29패로 리그 6위다.
초반에는 최정 김강민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크게 들어왔다. 여기에 박정권 등 확고한 몫을 해야 할 선수들이 부진하는 등 돌아가면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분전하는 선수는 리그 타격 5위의 이명기, 리그 타점 6위의 이재원, 그리고 19개의 홈런을 쳐낸 앤드류 브라운 정도다. 한 차례씩 부상이 있었던 최정 김강민이 이들 사이에서 연결 고리 몫을 해줘야 하는데 컨디션은 쉽게 올라오지 않고 있다. 아직은 기복이 심하다.
트레이드 등 극단적인 대책은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SK도 트레이드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카드가 잘 맞지 않아 아직까지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윤중환 등 2군 선수들의 활약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역시 이들이 팀 타선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카드는 외국인 선수다. SK는 최근 경기 중 오른쪽 팔뼈에 공을 맞아 교체가 결정된 트래비스 밴와트의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다.
하지만 SK는 타자보다는 투수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선발 한 자리를 비워놓고 간다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채병룡이라는 근사한 대체 자원이 있지만 팀으로서는 밴와트를 대체할 수 있는 확실한 기량의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고 채병룡이 중간에서 마당쇠 임무를 할 때 가장 좋은 마운드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 투구폼 교정 및 몸 상태 정비를 마친 백인식은 다음 주부터 2군 피칭에 들어가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또 하나의 선발 자원인 여건욱은 아직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특수한 사정이 있는 kt를 제외한 구단들이 투수 외국인을 선호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확실하게 한 경기를 책임져줄 수 있는 선수를 원하는 것이다. 이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함으로써 불펜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외국인 타자 둘을 쓰면 외국인 투수가 선발로 나설 때 타자 한 명은 뛸 수 없는 부담도 있다.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는 팀이라면 투수에 더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재 SK는 마운드보다는 타선 쪽의 문제가 더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분명 투수가 팀의 안정에 더 기여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답답한 타선을 보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논란이 종식되기 위해서는 기존 야수들이 더 힘을 내야 한다. 외국인 타자가 들어오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출장시간을 잃을 수밖에 없는 야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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